[방콕아시아경기]남북 훈훈한 만남 『잘해 봅시다』

  • 입력 1998년 12월 7일 19시 44분


“우리 서로 잘해 봅시다.”

“우리 힘껏 해보자우요.”

방콕아시아경기 첫 남북대결인 여자소프트볼 경기가 벌어진 스리나카린위로트대학 야구장. 경기에 앞서 선수들이 인사를 나누면서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한국선수들이 태극마크가 새겨진 티셔츠와 겨울장갑을 북한선수들에게 전달하자 북한선수들은 배지로 답례한 것.

1백여명의 한국 응원단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하며 태극기를 흔들었다. 북한 응원단은 대형 인공기를 들고 나와 ‘당신 없이는’을 목청껏 노래했다.

경기가 끝난 뒤 양 선수들은 다시 하나가 됐다. 1루라인에 북한선수들이, 3루라인에 한국선수들이 늘어서는 것이 관례였으나 이들은 유니폼 구분없이 한데 어우러졌다.

6일에는 정현택 한국여자유도대표팀 감독과 박철 북한여자유도대표팀 감독이 연습장인 타마샷대학 제1체육관에서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또 바로 옆 경기장인 다이빙 연습장에선 북한의 김종만감독이 한국의 박유현감독과 나란히 남북선수단의 훈련모습을 지켜보며 덕담을 나눴다.

91년 일본 지바에서 남북 단일팀을 구성했던 탁구팀의 연습장은 분위기가 봄날씨처럼 화창했다.

단일팀 일원이었던 이분희와 결혼해 네살배기 아들을 둔 김성희가 먼저 한국의 박종대감독을 찾아와 인사하자 박감독이 “아이는 잘 크느냐”며 안부를 물었다.

10대 소녀인 북한의 두정실과 김향미는 한국의 이철승을 보고 “오빠”를 외치며 반가워 어쩔줄을 몰라 했다.

유니폼은 다르지만 이역만리 타향에서 뭉친 남북 선수단과 응원단. 이들에게서 분단의 벽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방콕〓김화성기자〉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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