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미래형 인간 「신지식인」

  • 입력 1998년 12월 6일 19시 21분


‘개미와 베짱이’의 우화에서 베짱이는 여름 내내 일은 하지 않고 노래만 부르다가 엄동설한이 닥치면 거지신세가 되어 개미에게 먹을 것을 구걸하는 역할로 묘사된다. 개미가 근면성실한 인간형이라면 베짱이는 향락에 빠진 게으른 인물형이다. 그러나 미래 사회에서는 이 우화가 설득력을 잃을지 모른다. 자기적성을 찾아 독창적인 일에 몰두하는 ‘베짱이형’ 인간이 같은 일을 반복하는 ‘개미형’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판 ‘베짱이’우화는 가수로 성공한 베짱이가 큰 부자가 되어 열대지방으로 호화판 겨울휴가를 떠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직업에 대한 개념이 뿌리째 바뀌는 세상이다. 공부를 잘해 명문대를 나오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면 평생 안온한 생활이 보장된다는 고정관념은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IMF체제 이후 화이트칼라의 급속한 몰락은 이런 추세를 보여주는 ‘예고편’이다.

▼청와대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이끌어 갈 인간형으로 ‘신(新)지식인’을 제시하고 나섰다. 틀에 박힌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창의력으로 과감하게 승부를 거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한다. 세계는 산업사회에서 이른바 지식정보사회로 넘어가는 단계다. 지난 산업사회에서 강조됐던 무조건적인 ‘땀’의 가치관도 수정이 불가피한 시점이다. ‘신지식인’ 개념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어떤 학자는 한국 사회가 스필버그감독 같은 천재를 절대로 배출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이 말이 재능과 적성이 무시되는 교육의 획일화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라면 꼭 지나친 말이 아닐 수 있다. 우리 풍토에서 평범한 사람이 하루아침에 ‘신지식인’으로 변신하는 것은 처음부터 기대하기 힘든 일인지 모른다. 변혁의 거센 삭풍 앞에서 ‘보통 사람들’이 고뇌하는 대목의 하나다.

〈홍찬식 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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