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성진/혼선부른 「신정연휴 축소」

  • 입력 1998년 12월 3일 19시 11분


국무회의 석상에서 느닷없이 내년부터 신정연휴를 이틀에서 하루로 줄인다는 얘기가 나오자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혼선까지 빚어지고 있다.

내년 신정연휴를 이틀로 잡고 여행계획 등을 세운 사람들은 계획을 바꾸느라 부산을 떨고 여행 호텔 항공업계 등도 예약취소가 잇따르자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같은 후유증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2000년부터 신정연휴를 줄인다는 방침을 세웠던 행정자치부도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국민생활과 직결된 중대한 사안을 신정을 불과 한달 앞두고 연휴일수를 줄인다면 과연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우려하고 있다. 행자부 관계자는 “대통령의 의견을 따라야겠지만 너무 촉박해서…”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이번 신정연휴 축소논의는 국민이 대비할 여유를 가질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촉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역대정권은 신정이나 설연휴를 조정하면서 최소한 6개월 이상의 예고기간을 거쳤다.

이승만(李承晩)정부는 49년 6월4일 신정연휴를 사흘로 정한 뒤 50년부터 시행했고 5공화국 정부도 85년 1월21일 설휴일을 하루로 정하고 86년부터 시행했다.

신정연휴 축소 논의는 IMF경제난 타개를 위한 효율성 제고의 한 방편이라는 점에서 명분은 있다. 그러나 여론수렴이나 공론화 과정 없이 나온 것이어서 여러 갈래의 혼선을 초래한 것이다.

행정은 늘 예측 가능성을 전제로 이루어져야 한다. 다음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령인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게 되어 있다. 무리하게 내년부터 시행하기보다 경과기간을 두어 시행시기를 2000년으로 늦추는 것도 혼선을 최소화하는 하나의 방안일 수 있다.

최성진<사회부>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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