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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11월 29일 20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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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단초는 지난 한일정상회담에서 양국 정부가 과거사 극복을 위한 의지를 천명한데서 비롯됐다. 여기에 28일부터 일본 가고시마(鹿兒島)에서 열린 한일각료간담회는 양국관계를 한층 변화시킬 또다른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양국 대표들이 간담회에서 ‘21세기 새로운 파트너십’을 역설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와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일본총리가 29일 넥타이를 풀고 만난 것에 더욱 의미를 둘만하다.
김총리와 오부치총리가 조선 도공인 심수관(沈壽官)가문이 4백년전 도자기를 도래(渡來)시킨 것을 기념하는 축제에 함께 참석, 축하한 대목에서는 한일관계의 진일보를 한층 실감할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김총리는 28일 오부치총리와의 회담 대부분을 일본어로 말했다. 또 일본이 희망하는 아시아금융기금(AMF)의 설립을 먼저 제안하기도 했다. 김총리는 30일 규슈대 기념강연도 일본어로 하겠다는 ‘소신’을 펴고 있다.
김총리의 이런 모습에서 변화하는 한일관계의 한 단면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과거에는 현직총리가 일본에서 일본어로 강연을했다면 엄청난 비난여론을 감당하기가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사문제는 여전히 한일관계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은 변수다.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이 언제든지 돌출할 수 있고 이로인해 새롭게 변하려는 한일관계를 그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지금 새로운 변화가 시작된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최영훈<정치부>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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