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요금만 올린 택시개선안

동아일보 입력 1998-11-29 20:07수정 2009-09-24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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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교통부가 마련한 택시제도개선방안은 시민입장에서 볼 때 ‘개선방안’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요금인상과 서비스 향상을 동시에 고려했다고 하지만 서비스는 말뿐이고 종전의 편법적 요금인상 방법을 답습한 것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당국은 택시요금 인상을 발표할 때마다 서비스 개선을 약속해 왔지만 지나놓고 보면 요금만 올랐을 뿐 서비스는 개선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2월 평균 23%나 올린 택시요금을 불과 9개월만에 다시 올리려는 것도 그렇다. 별의별 생소한 제도들을 도입해 실질인상폭을 25%로 높이려는 처사는 아무래도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 택시업계의 사정이 딱하다고는 하지만 기본요금과 주행요금 인상은 물론 심야 할증시간을 연장하고 인원할증제 화물요금제 휴일할증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택시업계의 입장만 고려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IMF시대에 어려움을 겪는 분야가 어디 택시업계뿐인가.

우선 승객이 2명을 넘으면 초과인원 1명에 5백원씩 추가하고 트렁크에 짐을 실으면 1천원을 더 내게 하겠다는 발상이야말로 더할 수 없이 안이한 편법이다. 승차거부의 폐단을 없애자는 취지로 보이나 승차거부를 그런 식으로 해결하려는 생각은 잘못이다. 일행이 몇명이냐, 트렁크에 짐을 싣느냐 여부가 요금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 자체가 택시요금이 다른 대중교통수단보다 비싼 이유중 하나일 것이다. 이 관행을 옳지 않다고 볼 이유가 없다. 문제는 오히려 승차거부를 하는 택시측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해결책을 택시 쪽에서 찾는 것이 옳지 시민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안될 말이다. 각종 할증제로 서비스가 좋아진다는 보장도 없다.

휴일에는 평소요금의 20%를 할증한다는 방안도 설득력이 없다. 무엇때문에 휴일에는 요금을 더 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외국에서 일부 시행하고 있다고 해서 흉내를 내보자는 것 이상의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묻고 싶다. 2㎞ 미만 단거리 승객의 경우에는 현재와 요금이 같도록 하겠다는 것도 문제다. 단거리 승객에게 혜택을 주는 이런 방안은 ‘짧은 거리는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는 캠페인과도 어긋난다. 특히 장애인과 65세 이상 노인에게 요금을 20% 할인해준다는 방안은 탁상공론일 뿐이다. 장애인과 노인을 태우지 않으려는 택시의 횡포를 부추기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이번 택시제도개선방안은 한마디로 졸작이다. 택시업계 사정상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보다 합리적인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눈가림으로는 안된다. 공청회 등을 통해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충분히 경청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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