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감독관 성차별

  • 입력 1998년 11월 18일 20시 51분


전쟁은 남녀 어느쪽에 더 적합한 일인가. 정치는, 환자간호는, 디자인과 패션은…. 사회의 수많은 기능에 대해 남녀 어느쪽이 더 잘 할 수 있는지를 따지기란 결코 쉽지 않다. 우리 헌법은 성차별을 명백히 금지하고 있는데도 병역법은 병역의무를 남성에게만 부과하고 있다. 그렇다면 병역법은 헌법위반인가. 그런 의문을 던질 수 있을 만큼 전통적 남녀직업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는 현실이다.

▼군인의 경우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때부터 고정관념을 깼다. 남녀가 동등하게 병역의무를 지고 있음은 물론 여성들이 중동전쟁 당시 전투활동에도 참여했다. 정치분야도 그렇다. 국회의원의 40% 이상이 여성인 스웨덴을 비롯,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은 여성의원이 30%를 넘는다. 이런 나라에서는 정치가 남녀 어느쪽에 더 적합하냐를 따지는 것이 부질없는 일이다.

▼우리나라도 교육계는 여성의 점유율이 높다. 남자어린이의 여성화를 걱정할 정도인 초등학교는 말할 것도 없고 중학교와 고교도 여성교사가 각각 52, 25%를 차지하고 있다. 교육행정직이나 교장 교감은 미미하지만 그런 자리에도 여성의 대거 등장이 시간문제다. 그런데도 교육당국의 발상은 아직도 고정관념에 갇혀 있는 것 같다. 18일 치러진 대입수능시험의 감독관 임명에 성차별이 있었다는 보도다.

▼남교사는 경력이 짧아도 정감독을, 여교사는 20년 이상 경력자도 부감독을 시켰다고 한다. 두 감독이 교실에서의 시험관리업무를 분담해 기능에 큰 차이는 없다. 수당도 같다. 그럼에도 여교사들의 마음에 상처를 준 모양이다. 여교사는 부정행위를 감시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당국의 해명이 걸작이다. 성차별을 앞장 서서 없애야 할 교육계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육정수<논설위원〉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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