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최동석/루마니아 「떠돌이 개떼」골치

  • 입력 1998년 10월 27일 19시 29분


푸르른 공원과 호수로 둘러싸인 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슈티에서는 주인 없는 개와 까마귀떼를 흔히 볼 수 있다. 이곳에 사는 외국인들의 화제중 하나는 개와 관련된 무용담 또는 경험담이다.

부쿠레슈티의 떠돌이 개는 15만∼1백50만마리로 추정되며 정확한 숫자 파악은 어렵다고 한다. 개에 물리면 광견병 예방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의료보험 대상자가 아니어도 정부비용으로 맞을 수 있다. 개를 만났을 때의 요령을 알려주는 소책자도 많이 나와 있다. 그에 따르면 우선 개를 만났을 때 도망가지 말고 천천히 피해야하며 개가 덤벼들 경우 라이터 등의 불꽃을 높이 흔들면 효과가 있다고 한다. 외국인들은 ‘개퇴치 음파장치’를구입해차고다니기도 한다.

부쿠레슈티의 주인 없는 개들은 89년 민주혁명으로 붕괴된 옛 차우셰스쿠 공산정권의 야심찬 도시계획의 부산물이라고 알려져 있다. 차우셰스쿠대통령은 부쿠레슈티를 현대도시로 변모시키기 위해 대대적으로 낡은 건물들을 철거하고 아파트 및 공공건물을 지었는데 이 과정에서 아파트에 입주한 사람들이 개를 키우기 어려워 거리에 버렸고 이들이 번식해 엄청난 숫자가 됐다는 것이다.

루마니아인들은 음식 찌꺼기를 모아 집없는 개들에게 주는 관습이 있어서 그 많은 개들이 굶어죽지 않고 살 수 있다고 한다. 루마니아정부는 개들을 생포해 거세하는 방법으로 떠돌이개를 줄이려 하고 있으나 추진속도가 느리고 관리체계가 미비해 성과는 미미한 형편이다.

최동석(KOTRA 부쿠레슈티무역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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