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現代로 가는 起亞

  • 입력 1998년 10월 19일 19시 07분


기아(起亞)자동차가 3차 국제입찰 결과 현대(現代)로 넘어가는 것같다. 아직 최종 인수를 위해 처리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 있긴 하지만 정부와 채권은행단의 간접적 반응들로 보면 일단 이번 낙찰을 존중할 자세다. 오랫동안 국내산업계의 골치아팠던 난제가 우여곡절 끝에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는 모습이다.

기아자동차문제는 환란의 직접적 촉발제 중 하나였기 때문에 이번 낙찰은 산적한 경제현안 가운데 큰 장애물 하나를 제거하게 된다는 의미를 지닌다. 특히 세차례에 걸친 치열한 입찰에서 마지막 순간 별다른 잡음없이 사태를 무난히 해결하게 된 것은 긍정적이다.

현대와 채권은행단 그리고 정부당국은 향후 조속히 필요한 절차를 거쳐 하루빨리 기아를 정상화함으로써 엄청난 국가적 손실을 초래했던 기아사태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제대로만 되면 우리 경제의 회생에 중요한 전기를 마련해줄 수 있다.

우리가 기아낙찰에서 또다른 의미를 찾고자 하는 것은 이를 계기로 5대재벌간의 사업조정이 박차를 가하게 됐다는 점이다. 현대가 기아인수를 위해 투입해야 할 막대한 자금을 고려할 때 그간 쟁점이 되어왔던 몇개 사업부문에 대한 현대측의 양보는 필연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가 철도차량 분야의 일원화에 동의한 것이나 발전설비를 한국중공업에 양보키로 한 것은 이들 때문에 빅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일어났던 여론의 비판을 완화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사가 진행중인 반도체부분에 대해서도 현대와 LG는 실사 결과에 승복해 5대재벌의 빅딜을 마무리해주기 바란다.

현대가 낙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외국 자동차업체의 기아차 자본참여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부분도 눈길을 끈다. 당초 많은 전문가들이 국제신인도 제고를 위해 포드에 기아를 넘겨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점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현대가 일단 기아를 인수한 뒤 주인입장에서 당당하게 외국업체와 지분참여 협상을 하게 되면 제값을 받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국가적으로도 이익이다. 제값받기와 외자유치 국제신인도 제고 등 세가지가 한꺼번에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부터의 과제는 국내자동차 업계의 구도개편이다. 업체마다 이해가 달라 한마디로 잘라 말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이번 낙찰을 계기로 조속한 구도개편이 이뤄져 중복 과잉투자에 따른 낭비적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해당업체들이 국가경제 전체를 생각해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 바란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우리 경제의 현실이다. 현대의 기아인수를 지켜보면서 이를 시작으로 우리 경제가 새로운 상승분위기를 연출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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