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이야기/19일]불꽃 단풍 남녘 줄달음질

  • 입력 1998년 10월 18일 19시 39분


잠 못이루는 새벽녘, 별 한번 보고 괜히 시린 코끝처럼, 그렇게 스미듯 물드는시월의 단풍. 산벚나무 붉나무 화살나무 단풍나무 옻나무 산딸나무는 붉디 붉게…, 느릅나무 은행나무 고로쇠나무 피나무 버즘나무 플라타너스는 노랗디 노랗게….

바람에 찢기거나 벌레 먹은 잎새일수록 더욱 더 예쁘게 물든다니, 가을의 저 화려한 성장(盛裝)은 정녕, 이 생(生)의 서러움 떨어내는 상여의 깃발이었던가. 맑음. 아침 7∼14도, 낮 16∼22도.

이 가을, 한 그루 단풍나무가 되고 싶은 시인. ‘…어쩌자고 빨갛게 달아오르는가/너 앞에서, 타오르고 싶은가/…확, 불이 붙어 불기둥이 되고 싶은가/가을날 후미진 골짜기마다 살 타는 냄새 맑게 풀어놓고/서러운 뼈만 남고 싶은가…’(안도현)

〈이기우기자〉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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