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송성수/강인하고 겸손한 베트남女性

  • 입력 1998년 10월 12일 19시 29분


베트남의 거리는 이른 아침부터 온통 오토바이로 물결친다. 인구 5백만명인 호치민시의 오토바이 보유대수는 1백20만대. 몇년 전만 해도 자전거가 거리를 메웠는데 어느새 오토바이가 주요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작은 오토바이에 5명의 가족이 타고 달리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베트남하면 연상되는 것중 하나가 아오자이를 입은 여린 여인의 모습이다. 무더운 기후탓인지 체질 때문인지 베트남에서는 뚱뚱한 여자를 보기 어렵다. 그러나 베트남에서 생활하면서 만나는 베트남 여성들은 생활력이 매우 강하고 당당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쉴새없이 발로 노를 저어 황토빛 사이공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깡마른 여자사공의 억척스러운 모습은 흔히 보는 풍경이다. 베트남에는 역사적으로도 여걸이 많다. 호치민시내 ‘하이바쭝’거리의 이름은 외침을 막은 두 자매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다. 베트남의 여성 취업률은 80%가 넘으며 고급 공무원이나 국영회사 간부중에도 여성이 많다.

어느 신문사 여기자에게 “베트남 여자들이 똑똑해서 집에서도 파워가 세다던데 어떠냐”고 물어보니 “그러면 얼마나 좋겠느냐”며 웃는다. 한국에서는 여자가 운전을 하고 남편은 옆자리에서 졸고 있는 장면을 종종 보지만 베트남의 가족나들이에서 오토바이 운전석은 항상 남자몫이다.

베트남여성들은 강인한 생활력을 가지고 있지만 오토바이를 잘 몰아도 남편 등 뒤에 다소곳이 앉아있듯이 가정에서는 아직은 겸손한 것 같다.

송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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