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日교토 고려사주지 태연스님

  • 입력 1998년 10월 6일 20시 02분


“죽어서도 고국에 묻히지 못한 한많은 유골들을 봉환한 뒤에야 한일 과거사 청산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30년째 태평양전쟁 한국인 희생자 유골의 본국 송환운동을 펼치고 있는 일본 교토(京都)의 조계종 고려사(高麗寺)주지 태연(泰然)스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정부가 유골 봉환사업에 적극 힘써줄 것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최근 청와대에 제출했다.

일제 치하에서 군인이나 군대위안부 보국대원으로 끌려가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일본에 묻혀 있는 한국인 유골은 75만여구. 일본 사찰이나 신사(神社) 폐광 지하실 창고 등 3천4백60여곳에 방치돼 있다.

“처음 일본에 와서 후생성(厚生省)의 어두운 지하실에 보관돼 있던 한국인 희생자 유골에 참배하며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가운데 1천1백40구의 유골은 현재 도쿄(東京)시내의 일본 정토종(淨土宗)사찰인 우천사(祐天寺)로 옮겨져 납골당에 봉안돼 있다. 한일의원연맹과 함께 유골봉환사업회를 조직했던 태연스님은 87년 우선 이 유골을 고려사 경내의 ‘한일우호평화의 탑’으로 이관하려 했으나 조총련측의 강한 반발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태연스님은 “문화교류까지 논의되고 있는 마당에 가장 시급히 이뤄졌어야 할 유골봉환사업에 너무 무심했다”며 “지금이라도 일본과 남북한 정부, 민단과 조총련 등 재일동포가 힘을 합쳐 유골봉환 작업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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