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美 한반도문제 전문가 김영진교수

  • 입력 1998년 9월 24일 19시 36분


미국의 한반도문제 전문가 김영진(金英鎭·조지워싱턴대)교수가 21일 서울에 왔다. 외교안보연구원 초청으로 일본의 대북한 정책에 관해 특강하러 온 그를 만나 최근의 남북한 상황에 대한 그의 분석을 들었다.

김교수는 북한을 여러차례 다녀왔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에 관한 저서만 10권이 넘는 이 분야의 권위자다. 그는 미국정부가 대북한 정책을 세울 때 가장 자주 자문을 구하는 사람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김교수는 지난달부터 일본 게이오대에 객원교수로 나와 있다.

―햇볕정책부터 짚어보지요. 국내에서도 논란이 있습니다만 햇볕정책에 대한 미국의 생각은 어떤가요.

“햇볕정책을 지지한다는 것이 미국정부의 입장입니다. 정계 학계 언론계 등에서도 많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햇볕정책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다수의 식자가 회의적입니다. 의회는 물론 행정부 일부에서도 부정적입니다. 공식적인 설명에도 불구하고 힘의 논리를 거의 완전히 배제하는 것 같은 햇볕 일변도의 정책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물론 이런 비판론자들은 햇볕정책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한국측의 개념정리와 설명과정에서의 혼동, 그리고 햇볕정책이 현실과 직면했을 때 실천 운용면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봅니까.

“햇볕정책이 지향하는 바가 남북간에 화해와 협력 교류라면 타당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햇볕이란 용어 자체에서 오는 문제도 있지만 햇볕론자들의 전제에도 몇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햇볕론자들에게는 북한은 ‘옷을 벗어야한다’는 인식이 깔려있습니다. 둘째, 한국은 햇볕으로 ‘옷을 벗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전제돼 있습니다. 끝으로 북한의 개혁 개방 능력에 대한 믿음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개혁 개방을 하느냐는 문제는 기본적으로 북한이 결정할 문제입니다. 저는 한국만의 햇볕이 아니고 우방국들과의 햇볕을 동원해야 한다면 한국과 해당 우방국들과의 정책조율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국정부가 우방국들의 햇볕을 이용하는데 필요한 유대관계 강화 노력을 얼마나 체계적 효과적으로 했느냐는 게 의문입니다.”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문제를 놓고도 그 대응에 있어서 한일 양국간에는 다소의 차이가 있었다고 봅니다. 이 문제를 햇볕정책을 위한 우방국들과의 유대강화 노력에 비추어 생각해 볼 수도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북한의 ‘미사일’발사로 일본이 충격과 분노 속에 빠져있을 때 한국은 금강산관광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햇볕정책에 변화는 없다고 했습니다. 한국정부의 이런 자세가 일본에 어떻게 투영됐을까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인들은 한국의 이런 반응을 보고 불가사의라고 했습니다. 마치 강건너 불보듯하는데 이해할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물론 미국이나 일본의 대응에 보조를 맞추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국제환경을 보다 예민하게 배려하면서 햇볕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지요. 다음달 일본을 방문하게 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일본 지도자들에게 햇볕정책을 어떻게 잘 설명해 이해와 협조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인지가 요즘 일본 식자층의 관심사입니다.”

―김정일(金正日)의 권력승계가 마침내 완료됐습니다. 앞으로의 남북관계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낙관과 비관이 겹치고 있습니다만….

“북한은 보다 강경한 노선으로 선회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고인민회의 기간과 그후에 나온 여러 정책관련자료 등을 보고, 또 앞으로 예상되는 북한의 국내상황 등을 고려한 저의 판단입니다만 기본적으로 남북관계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봅니다. 지난 수개월 동안 계속되어온 남한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보더라도 정부 차원에서의 의미있는 대화나 관계진전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봅니다.”

―금강산관광사업은 성공할 것으로 봅니까.

“북한의 요구사항을 다 들어준다면 사업은 일단 시작되겠지요. 그러나 시작된다고 해도 실천과정에서 많은 난관에 봉착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이 사업에 대한 비판적인 한국내의 정서나 소요경비를 생각하고 참가규모에 있어서 한계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사업의 계속성은 불투명하다고 봅니다. 어느 경우나 관광 이상의 의미를 부여해서는 곤란합니다. 또한 정부 책임 부재라는 측면을 어떻게 국민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을 지도 의문입니다.”

〈이재호기자〉leej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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