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규민/GE제친 MS주식

  • 입력 1998년 9월 17일 19시 14분


18세기 중반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인류사에 중대한 획을 긋는 대사건이다. 농업과 수공업 위주의 경제가 기계를 사용하는 제조업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폭발적 성장을 기록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임스 와트가 발명한 증기기관이 촉발제였다. 그 후 2백여년 동안 제조업은 산업의 대명사이자 풍요로운 경제를 창출하는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세계 최대 제조업체로는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이 꼽힌다. 발명왕 에디슨의 회사를 모체로 한 GE는 전구에서부터 인공위성에 이르기까지 20만 종류의 제품을 생산한다. 각 부문에서 1등 또는 2등을 하는 업종만 살린다는 회사방침에 따라 추려진 것이 그 정도다. 그 결과 GE는 창업 1백20년간 전기 기계제조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압도적인 지위를 지켜왔다.

▼그러나 공룡기업 GE는 최근 대단히 자존심 상하는 일을 겪어야만 했다. 불변의 최대를 자랑하던 이 회사의 주식시가 총액(발행주식수에 주가를 곱한 것)이 사상 처음으로 역전당한 것이다. 추월한 기업은 다름아닌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MS). 현지시간 14일 뉴욕증시에서 일어난 일이다. MS사의 주가가 폭등하면서 시장가치가 2천6백11억달러(약 3백65조5천4백억원)에 달해 GE사보다 38억달러를 앞선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주식을 5번 이상 살 수 있는 규모다.

▼시장가치는 주가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선두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그러나 눈여겨볼 일은 제조업 대표선수를 제친 기업이 창업 20년에 불과한 약관의 소프트웨어 업체라는 점이다. 21세기 세계의 산업을 이끌어 나갈 분야가 무엇인지를 상징적으로 예고해 준다. 단일 분야에 치중한 MS가 문어발식 경영을 이긴 사건을 우리 재벌들도 눈여겨볼 일이다.

이규민<논설위원>kyu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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