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항구도시 인천서 바다를 못본다?

  • 입력 1998년 9월 17일 10시 26분


얼마전 부천에서 인천으로 이사한 김종수씨(38·인천 연수구 동춘동·사업)는 15일 오후 승용차에 아들과 딸을 태우고 송도에서 남동공단에 이르는 10.8㎞의 해안순환도로를 달렸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바다를 볼 수 없었다. 바닷가쪽에는 콘크리트 벽에 철조망이 둘러쳐져 있었고 군데군데 군부대 초소까지 있어 아예 쳐다보기가 싫었다.

김씨는 남동공단에서 20여분 거리에 있는 인천항으로 차를 돌렸다.

그러나 인천항 역시 콘크리트 벽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보안시설’이기 때문에 들어갈 수 없다는 얘기였다.

이처럼 ‘항구도시’ 인천 시민들도 바다를 접하기가 쉽지 않다. 인천항은 1년에 한두번쯤 행사가 있을 때만 잠깐 공개될 뿐이다. 부두에서 뱃고동은 들려도 정작 바다를 느낄 수는 없다.

인천이 항구도시임을 실감할 수 있는 곳은 월미도 ‘문화의 거리’뿐이다. 그러나 문화의 거리에 가도 방파제가 높아 손 한번 적셔 볼 곳이 없다.

인천시는 95년 군부대와 협의해 해안도로 아암도 주변의 철책 4㎞를 걷어내고 시민들에게 바다를 개방한 적이 있으나 불법 포장마차가 들어차 오염이 우려된다며 얼마안가 다시 봉쇄해 버렸다.

최민식씨(45·인천 남구 주안동)는 “인천이 항구도시라면 바다에 인접한 시민 휴식공간이 한 두군데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법포장마차 근절대책을 세워 아암도만이라도 다시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박정규기자〉roches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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