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현장 지구촌리포트 22]전자상거래

입력 1998-09-16 19:03수정 2009-09-25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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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이모씨(52)는 4월 미국에 있는 한 인터넷 약품 판매 사이트에서 ‘회춘약’으로 알려진 DHEA 30알짜리 5통을 배송료까지 포함해 1백달러(14만원)에 구입했다.

약품이 이씨집에 배달된 것은 불과 5일 뒤. 국내에서는 한통에 5만원이나 하는데다가 구하기조차 힘든 이 약을 안방에서 손쉽게, 그것도 절반가격에 산 것이다.

인터넷 가상 점포를 잘 활용하면 이처럼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제품에 대한 정보도 풍부하게 얻을 수 있다.

컴퓨터 앞에 앉아 마우스를 누르기만 하면 가상 공간에 설치된 전세계 상점을 들락거리며 마음에 드는 상품을 유리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것.

전자상거래를 매개로 새롭게 태어난 사이버 시장은 구매자에게만 유리한 것은 아니다. 매력적이기는 기업에게도 마찬가지. 우선 매장 운영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상품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출 수 있다. 잠재 고객도 엄청나게 늘어난다. 전세계에서 인터넷과 접속하는 4천5백만여명이 잠재 고객이다.

전자상거래는 특히 자본과 마케팅이 취약한 중소기업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 질 좋은 제품만 개발하면 당장 전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이때문에 전자상거래의 잠재성에 주목한 국내 기업들은 앞다투어 가상 점포를 차리고 있다.

현재 전자상거래시장에 진출한 국내 업체는 3백여개. 꽃배달부터 가전 제품대리점까지 다양하다. 작년 하반기 본격 시작할 당시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약 20억원. 최근 한국을 방문한 루 거스너 미국 IBM회장은 “한국의 전자상거래 규모가 올해 2억4천만달러(약3천4백억원)에서 오는 2001년에는 50억 달러(약 5천8백억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엄청난 속도로 커지고 있는 셈.

국내에서 가상 쇼핑몰 개설의 선두 주자는 롯데백화점. 작년 6월 롯데인터넷백화점을 개설한 이후 월 평균 1억5천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경쟁자인 신세계도 올해 7월 가상 백화점을 개설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메타랜드는 작년 12월말 “국제 전자 상거래 시장의 표준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로 만들어진 컨소시엄. 현대정보기술 삼성전자 LG―EDS 등 재벌 계열사와 삼보컴퓨터 나래이동통신 등 정보통신 업체, BC카드 신한은행 한일은행 등 금융권이 함께 만든 전자 상거래 전문 업체다.

메타랜드에 앞서 데이콤은 지난해 6월 ‘인터파크’라는 가상쇼핑몰을 개점했다. 인터파크는 중소기업을 주요 입점 대상으로 하며 중소 프로그램 제작 업체와 컴퓨터 업체의 지원을 받고 있다. 전자상거래 표준을 장악하기 위해 커머스넷 코리아도 별도로 설립했다. 커머스넷 코리아는 세계 전자상거래의 표준을 마련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 커머스넷의 한국 파트너. 이 컨소시엄에는 삼성전자 LG정보통신 조흥은행 등 다양한 업종의 국내 15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밝은 전망에도 불구하고 전자상거래 시장이 힘 안들이고 돈버는 ‘노다지시장’은 아니다. 가상 점포를 차린 업체 가운데 ‘재미’를 보는 곳은 아직 별로 없다. 일반인의 관심이 높지 않기 때문.

전자상거래가 정착하려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필수적이지만 인터넷은 아직 접속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접속된다 해도 인터넷에 생소한 고객이 검색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기업으로서도 수십만 개가 넘는 가상 점포 중 자기 사이트를 홍보할 수단이 별로 없다.

인터넷쇼핑몰에 접속해서 물건을 고른 후에도 막상 신용카드 번호와 비밀번호를 입력할 때는 여전히 꺼림칙하다. 만일 해커가 고객의 거래 내용을 알아내 악용한다면 큰 손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

이때문에 국내외에서 전자 상거래 확대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결정적 요소는 암호화 기술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이나 연구소 가운데 신뢰할 만한 암호화 기술을 개발한 곳은 아직 없다.

보안 문제만 해결되면 국내 전자상거래에도 다양한 전자 지불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가장 이상적인 지불수단은 물건 구입과 동시에 대금 계산을 끝낼 수 있는 전자화폐.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전자화폐를 개발하지 못해 신용카드 결제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에야 전자상거래기본법을 마련할 계획이다. 전자 상거래에 필수인 암호화 기술이 취약하고, 전자 화폐를 개발하지 못해 가까운 시일 안에 전자 상거래가 정착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신용카드를 이용한 거래에서는 신용정보를 확인하고 승인하는 기관에 상품값의 3∼5%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이재규(李在奎·47)교수는 “올들어 비로소 전자상거래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는 사실을 정부와 기업이 인식하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인터넷 전자상거래가 국내 경제에 새로운 기회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태도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정영태기자〉ytce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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