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양기화/의학연구 위한 「뇌기증」운동 벌이자

  • 입력 1998년 9월 14일 19시 39분


뇌은행은 사람이 사망한 다음 부검을 통해 얻어지는 뇌 등 다양한 형태의 자료를 모아두는 곳이다. 뇌조직을 모아두었다가 실험이나 연구를 하려는 과학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뇌연구를 획기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인 것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각종 뇌질환을 극복하기 위해 뇌신경계 연구활동에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뇌은행은 60년대부터 유럽에서 발달했는데 지금은 노인성 치매, 파킨슨병, 에이즈 등과 같은 특별한 병을 대상으로 하는 특화된 형태의 뇌은행까지 운영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동안 뇌은행 자료를 이용한 연구에서 노인성 치매의원인을 규명했고 파킨슨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밝혀냈다.

우리나라에서도 뇌질환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법률을 제정하는 등 신경과학연구를 활성화하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그러나 신경과학계통의 연구는 대부분 동물실험이나 임상자료를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사람의 뇌를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부검을 통해 뇌를 적출해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필요한 과학자들에게 연결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뇌은행의 활동이 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검을 금기시하는 문화 역시 뇌연구를 가로막고 있다. 뇌신경계 질병은 유전적인 것이 많으므로 부검을 통해 정확한 병명을 밝히는 것이 후손들을 위해서도 좋다. 장기기증과 의학교육을 위한 시체기증 운동이 확대돼 뇌 기증 운동이 활발해진다면 신경과학 발전에 새 전기(轉機)가 마련될 것이다.

양기화(을지의과대교수·병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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