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화제]美 『인터넷 구직신청 1차면접은 컴퓨터가…』

  • 입력 1998년 9월 8일 19시 37분


미국의 일부 대기업에서 구직자를 상대하는 ‘1차 면접관’이 새로운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바로 이력서 검색용 컴퓨터 소프트웨어다.

대기업들이 인터넷으로 자기소개를 겸한 이력서를 받기 시작하면서 매일 수백∼수 천통씩 밀려드는 이력서를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걸러내기 시작했다. 엄청난 양의 이력서를 단 1분만에 하드디스크에서 삭제할 수 있다. 인사담당자의 눈길도 받기 전에 말이다.

예를 들어 마케팅 담당자를 뽑는 기업은 검색어로 마케팅 세일즈 고객 등을 사용한다. 이력서에 이러한 단어가 없으면 ‘채용 부적격자’로 판정해 컴퓨터가 삭제한다. IBM 마이크로소프트 코카콜라 소니 등 쟁쟁한 대기업들이 컴퓨터 이력서 검색방식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인터넷 이력서제출을 둘러싸고 나타나는 새로운 풍속도를 소개하며 “컴퓨터와 구직자간의 치열한 두뇌싸움이 전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1차 면접관〓컴퓨터’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직자들은 이력서 한쪽에 인사담당자가 호감을 가질 수 있는 용어를 집어넣기도 한다. 실제 마케팅 경험이 없더라도 최소한 인사담당자가 자신의 이력서를 한번이라도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구직 자문회사들은 “구직광고의 문안에 사용된 표현을 적절히 활용하면 컴퓨터 면접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한다.

컴퓨터 검색사실을 모른채 인사담당자가 읽기 쉽도록 밑줄을 긋거나 눈길을 끌기 위해 굵은 활자를 사용하는 등 과거와 같은 형식의 이력서는 삭제되기 십상이다.

“모두 10만장의 이력서가 날아들었으니 읽어낼 재간이 있나요. 다소 비인간적이긴 하지만 컴퓨터 덕분에 한달 걸릴 작업을 며칠만에 마쳤습니다.”

올 상반기에 컴퓨터로 1차 걸러내고 2차로 면접 등을 통해 7백50명을 선발한 컴퓨터 관련 회사인 ‘얼라이드 시그널’사 인사담당자의 말이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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