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차웅/단체장의 권한 남용

  • 입력 1998년 9월 8일 19시 29분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인허가업무 등을 둘러싸고 전횡을 일삼아도 제재하기 힘든 것이 우리 현실이다. 시장 군수의 그런 비리를 감사원이 적발해내도 민선단체장을 징계할 수 없게 돼 있어 애꿎은 실무자들만 처벌하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각종 인허가권을 쥐고 흔드는 민선단체장들은 ‘무소불위의 지방영주(領主)’로 불리기도 한다.

▼단체장들의 갖가지 권한남용은 지방의회의 견제 감시기능 부재탓이 크다. 지방의회가 행정조사권이나 행정감사권을 제대로 활용하면 단체장의 전횡과 비리는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방의회 구성원들이 행정을 잘 모르거나 전문지식이 부족해 주어진 권한조차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조례제정으로 단체장의 권한남용과 부정을 막을 수 있으나 지방의회의 조례제정권은 현재 극도로 제한돼 있는 실정이다.

▼결국 단체장을 잘 골라 뽑는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지방의원들의 자질을 높여 지방의회를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단체장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위해서는 각종 전문지식과 입법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의회에 많이 진출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러니 누가 봐도 ‘봐주기’나 비리가 분명한데도 단체장이 ‘행정재량권’이나 ‘정당한 행정행위’라고 둘러대면 더 따질 능력이 없는 것이다.

▼전문지식을 갖춘 엘리트들을 지방의회로 끌어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능력있는 사람들이 제 돈 써가며 나서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지방의원들에 대한 무보수 명예직제도를 재고해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 제도는 경비를 아끼기 위해 단체장들에게 백지수표를 맡기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지방의원 유급제는 돈이 너무 많이 든다. 묘방은 없는 것일까.

김차웅<논설위원>cha4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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