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음반 리뷰]얀손스 튀는 지휘에 장영주「발랄함」빛바래

  • 입력 1998년 9월 3일 19시 38분


멘델스존: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시벨리우스: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

장영주/지휘 마리스 얀손스/베를린 필하모니 관현악단

(EMI)

협주곡을 연주할 때 독주자와 지휘자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을 갖는다. 독주자는 관현악이 편하게 받쳐주는 가운데 치열하게 기교와 예술성을 펼쳐내기를 원하고, 지휘자는 독주자의 ‘장식’을 받으며 엄숙한 관현악의 서사시를 그려나가기를 기대한다. 특히 시벨리우스의 협주곡처럼 관현악의 비중이 높은 경우 더욱 그렇다.

양쪽 모두 만족스런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올해 만18살인 장영주가 새 음반에 담아낸 두 협주곡의 연주도 그럴 뻔 했다.

녹음후 지휘자 얀손스도 ‘만족감’을 표시했지만 장영주의 연주에는 흠잡을 곳이 없다. 처연할 만큼 굽이굽이 흐르는 선율선과 효과적 비브라토, 완숙한 템포설계 등은 부쩍 자란 장영주가 세기적 대가를 향한 궤도에 올바로 들어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정작 장영주가 완성된 음반을 듣고나서 1백% 만족을 표시했을 지는 의문이다. 녹음의 밸런스가 관현악의 볼륨감 위주로 짜여져있기 때문이다. 실제 연주에서 관현악을 ‘잡아먹을 듯’당당해보이는 장영주의 찰진 질감은 새 음반에서 바이올린 소리 자체가 작게 들리는 까닭에 왜소해진 느낌을 준다.

반면 시벨리우스에 특히 애착을 보여온 지휘자 얀손스는 세계 제일급의 악단으로 알려져있는 베를린 필을 맞아 신나게 자기 색깔을 펼쳐나가고 있다.

결국 녹음의 불균형 때문에 이 음반에서는 장영주가 나타내고 있는 빛나는 광채의 음색, 절절한 노래와 야무진 리듬감 등 온갖 미덕이 한발 뒤로 물러나 있다. 관현악보다 장영주의 힘과 발랄함에 더욱 눈길을 줄 수 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다소의 아쉬움이 남는다. 96년 베를린에서 녹음.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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