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차수/「제 탓」 모르는 한나라당

  • 입력 1998년 8월 27일 19시 22분


한나라당이 야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31일 열리는 전당대회 총재경선에 출마한 후보들도 당의 변화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힘있는 야당, 새로운 정치’(이회창) ‘흠 없어서 좋다, 힘 있어서 좋다. 대통합의 역동적 리더십’(이한동) ‘희망을 주는 야당, 정도를 걷는 젊은 총재’(김덕룡) ‘정치혁신, 젊은 총재 강한 야당’(서청원).

후보들이 내건 구호가 실현된다면 건전야당은 눈 앞에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상황은 축제를 앞둔 들뜬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총재후보들은 상대방 헐뜯기에 열을 올리고 참모들은 갈라설 준비를 하는 듯한 모습이다. 앞서가고 있다는 주자쪽에서는 “갈 사람은 가라.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강한 야당을 만들면 된다”고 공언하고 있다. 추격하는 사람들은 “밀실야합과 줄세우기로 어떻게 새 정치를 하겠느냐”고 비아냥댄다.

총재후보 진영이 벌이는 인신공격과 이전투구는 금도(襟度)를 벗어난 지 이미 오래다. 전당대회 후 총재후보들이 한배를 계속 타고 갈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당내에서 터져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다 여권의 경제청문회 추진과 의원들의 집단탈당설, 비리연루자에 대한 사정(司正)움직임 등 갖가지 불안요소들이 시시각각 한나라당을 압박하고 있다.

그런데도 당권싸움으로 효율적인 대응책 마련은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당직자들은 오히려 여권과 언론쪽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여권의 정치공작과 언론의 비우호적인 보도 때문에 이미지가 흐려졌을 뿐 한나라당의 변신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한나라당이 내부 분란에 빠져 남의 탓만 하다가는 결국 국민르로부터 퇴출당할 지도 모른다.

김차수<정치부>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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