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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8월 20일 19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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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협의회는 청와대의 발상이 “개혁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시민운동의 순수성과 자율성이 손상될 것을 우려했다. 국내 시민운동은 이미 의식개혁을 넘어 제도개혁과 인적(人的) 개혁으로까지 활동영역을 넓히며 괄목할 만한 실적을 내고 있다. 그 힘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시민참여의 자발성에서 나왔다. 그런 점에서 시민단체들의 우려에 우리는 공감한다. 야당이 제도권 정치를 위축시킬지도 모를 대중주의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이렇게까지 반발을 부르고 혼선을 낳은 것은 적어도 두 가지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첫째는 네트워크 구상 자체가 관(官)주도의 동원식(式) 국민운동 소지를 내포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는 지원만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을 엮어보자는 발상이 청와대에서 나왔고 예산과 시설도 정부가 지원한다면 그 운동이 관주도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란 쉽지 않으리라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둘째는 청와대가 아무런 준비 없이 단편적 구상을 불쑥 내놓았다는 점이다. 정치적 순수성을 중시하는 시민단체들을 정부가 뒤에서 연계시키는 작업은 사전에 충분히 상의하고 이해를 구해도 될까말까한 일이다. 그러나 그런 노력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청와대는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를 네트워크의 중심단체로 상정했다고 한다. 민주화 이후에 출범한 민간단체들이 관변단체화를 우려하며 반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부출범 6개월이 다 되는데도 이렇게 준비없는 구상이 나오다니 참으로 걱정스럽다.
개혁에는 정부 정당 시민의 삼두마차(三頭馬車)가 필요하다. 그러나 구체적 개혁 프로그램은 정부가 내고 정당은 국회를 통해 입법을, 시민단체는 각자의 분야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시민운동을 하는 것이 옳다. 정부가 프로그램을 낸 뒤에 시민단체의 자발적 참여를 호소할 수는 있겠지만 네트워크로 줄세우기부터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동원식 국민운동은 이제 성립될 수도 없고 효과를 거둘 수도 없다. 청와대는 입장을 빨리 정리해 혼선을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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