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남찬순/클린턴의 증언전략

  • 입력 1998년 8월 18일 19시 41분


클린턴대통령은 17일 연방대배심 증언에서 르윈스키와 ‘적절치 못한 관계’를 가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클린턴은 지난 1월 “나는 르윈스키라는 그 여자와 성관계를 가진 적이없다”고 말했었다. 용어의 차이는 있어도 반년 전 얘기가 거짓임을 시인한 셈이다.그러나 클린턴은 거짓말을 한 대통령보다 거짓말을 한 가장(家長)이기 때문에 더 가책을 느끼는 듯했다.

▼힐러리여사는 이날 증언 후에 행한 클린턴의 TV연설에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1월 클린턴이 결백을 강조할 때는 그의 옆에 있었다. “남편은 진실을 말했고 또 앞으로도 진실만 얘기할 것이다”며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기다리자”고 하던 힐러리다. 이날 TV연설 직후에는 무슨 말을 했는지 궁금하다. 힐러리는 그동안 남편을 일관되게 옹호하는 입장을 취했지만 더 이상 무슨 할 말이 있을까.

▼힐러리는 남편의 모든 스캔들을 ‘정치상자’ 속에 세탁물처럼 쑤셔넣는 인내심을 보여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클린턴도 그런 아내를 의식해 이날 연설에서도 “이 일은 나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내와 딸 사이의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이 일을 바로 잡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다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클린턴가족은 곧 이어 여름휴가를 떠났다.

▼클린턴이 가정생활 측면을 특별히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미국 여론은 클린턴이 대통령직만 잘 수행하면 된다는 쪽이었다. 개인의 사생활을 엄격한 도덕적 잣대로 재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백악관측도 대통령의 사생활쪽으로 여론을 틀어 탄핵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증이나 사법방해 논란을 피하자는 계산이다. 그러나 결과는 더 두고 볼 일이다.

〈남찬순 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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