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임연철/車內농성 수지여사

  • 입력 1998년 7월 30일 19시 26분


미얀마 군사정부의 여행제한 조치에 맞서 1주일째 자동차 안에서 농성을 계속하고 있는 아웅 산 수지여사의 외신 사진을 보면 남의 일 같지 않다. 다리 위에 서 있는 자동차 속의 수지여사 모습 위에 일본에서 서울로 피랍되거나 ‘닭장차’에 태워지던 70, 80년대 야당지도자들의 영상이 겹치기 때문이다. 인간의 기본권인 거주이전의 자유가 정치적 이유로 부인될 수 있는지 개탄이 앞선다.

▼수지여사의 농성은 그가 사무총장으로 있는 민족민주동맹의 간부들을 만나기 위해 한 지방으로 가던 그의 승용차를 군인들이 다리 위에서 막으면서 시작됐다. 그의 지방여행을 군사정부가 막고 나선 게 이달 들어서만 세번째라고 한다. 파업 운전사들이 벌이는 농성과 달리 정치적인 이유로 벌어진 이번 사태는 다시 한번 고난에 찬 미얀마 민주화의 여로를 세계속에 부각시켰다.

▼유학하던 런던에서 88년 귀국, 네윈의 독재로 망가진 미얀마에서 범국민적 기대 속에 시작한 수지여사의 활동은 ‘민주화의 등불’로 묘사될만큼 오늘날까지 1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 귀국 이듬해부터 6년간 지속된 가택연금 속에서도 90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군사정부의 영국행 권유를 물리치며 투쟁하는 자세는 감동적이기도 하다.

▼가냘픈 몸매에 전통의상을 받쳐입고 남방의 관습대로 머리에 꽃 꽂기를 좋아하는 수지여사는 그 자신이 세계 언론으로부터 미얀마 ‘민주화의 꽃’이라는 또 다른 별명으로도 불리고 있다. 10년간의 결실없는 투쟁과 독재정권의 탄압으로 그 자신의 정치적 기반은 많이 약해졌다고 한다. 그러나 반세기에 걸친 독재로 엉망이 된 미얀마를 재건하는 유일한 길이 ‘민주화의 꽃’을 피우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임연철<논설위원>ynch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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