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임연철/「개츠비」와 「율리시스」

  • 입력 1998년 7월 24일 19시 40분


금세기 최고의 영문소설은 ‘율리시스’인가, ‘위대한 개츠비’인가. 누가 봐도 걸작임이 분명한 두 소설을 놓고 미국의 유명 출판사인 랜덤하우스 편집위원과 명문 사립대인 래드클리프 여학생들이 엇갈리게 순위를 발표해 논란을 벌이고 있어 흥미롭다. 경우에 따라서는 세기말 미국 문단의 대형 논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과연 어느 작품이 20세기 영문학의 최고봉에 오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당초 랜덤하우스의 금세기 1백대 영문소설 선정에서는 ‘율리시스’ ‘개츠비’가 1, 2위로 순위매김됐었다. 그러나 래드클리프대 여학생들은 여성과 흑인이 선정과정에서 홀대받았다며 새로 뽑는 과정에서 ‘개츠비’를 1위로, ‘율리시스’는 6위로 선정했다. 사실 랜덤하우스가 선정한 1백대 소설 목록은 일별만 해봐도 영미 작가 위주인데다 마크 트웨인과 같은 서민정서를 대변하는 작가의 작품이 안보여 의문이 들기도 했다.

▼‘율리시스’는 하루동안 더블린에서 일어난 사건을 ‘의식의 흐름’과 ‘내면의 독백’이란 독특한 수법을 종횡무진으로 엮은 20세기 최고의 실험소설로 꼽힌다. 이에 비해 ‘개츠비’는 1920년대 황폐한 물질문명 속에서 아메리칸 드림이 붕괴되는 모습을 잘 묘사한 걸작이다. 두 소설의 우열은 난형난제(難兄難弟)의 작품성 때문에 독자가 취향에 따라 선택할 문제라는 생각이다.

▼이번 1백대 작품 선정이 영문소설에 국한됐기 망정이지 모든 언어를 망라했다면 우리 작품이 한편이라도 선정됐을지 의문이다. 우리 문학을 알리기 위한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도 노벨문학상은 여전히 한국문학 작품과는 거리가 멀다. 다음 세기말에는 세계최고 작품 대열에 한국 소설이 올라 우열을 논할 수 있도록 수준 높은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임연철 <논설위원〉ynchl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