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303일 동안의 신혼여행」

입력 1998-07-13 19:33수정 2009-09-25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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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 몇일이나 다녀오셨어요?’

보통 부부라면 3박4일정도 허겁지겁 다녀오는 허니문. 그러나 별난 신혼여행도 있다. 배낭을 메고 3백3일 동안 전세계를 떠돌며 ‘요란한’ 신혼여행을 다녀온 신세대 커플. 동아일보 굿모닝스포츠 섹션에 ‘도날드 닭’을 연재중인 만화가 이우일씨(29)와 그의 아내 선현경씨(28).

그간의 경험담을 빽빽히 그리고 적어 고스란히 책 두 권에 담아냈다. 이씨가 만화를 그리고 선씨가 글을 쓴 ‘303일 동안의 신혼여행’(디자인하우스 펴냄).

미대입시를 지망하는 재수생과 고3생으로 화실에서 눈빛을 ‘접속’, 홍익대 미대 선후배가 돼 10년 가까이 티격태격하다 96년 10월 결혼에 골인. 혼수는 달랑 배낭 두개. 첫날밤을 싱가포르 창이공항의 찬바닥에서 보냈던 이들의 신혼여행은 이듬해 9월에야 끝이 났다.

‘허니문 베이비’를 만들어 ‘아빠’ ‘엄마’라도 족히 됐을 기간동안 배낭을 지고 10여개국을 돌아다녔던 이유는?

선씨의 설명. “그는 술에도 취해 있었고 사회에도 취해 있었다. (중략)길 잃은 양을 구제해야 겠다는 기특한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그가 먼저 제의를 해왔다.”

이씨의 얘기는 조금 다르다. “모든 걸 잘하려다 보니 가장 중요한 것은 잊고 있었다. 모두 잡으려다 모두 잃는 것 같았다. 그래서 떠났다. 파리에서 모나리자나 개선문을, 이탈리아에서 피사의 사탑을 보지 못해도 개의치 않았다.”

이씨의 짱짱한 관찰력과 유머감각이 실린 섬세화, ‘초보주부’ 선씨의 감칠맛나는 글이 책장 속에서 아기자기 어우러진다. 값싸고 양은 많지만 추가주문을 했다간 욕을 먹게 되는 런던의 중국식당, 비키니수영복을 입고 들어갔다 망신당한 부다페스트의 온천, 잘못 찾아 들어간 동베를린의 스킨헤드족 클럽 등 각국의 ‘뒷골목 문화’와 ‘사람이야기’가 곰살맞게 펼쳐진다.

IMF시대로 해외여행의 엄두도 못내는 이들에게 흡족한 대리체험의 기회가 될 듯. 값싼 민박집과 동시상영 영화관의 인터넷 주소같은 짭잘한 ‘팁’도 구석구석 숨어있다.

총각시절 ‘잘 나가는’ 일러스트레이터로 모아뒀던 돈의 절반을 까먹었다는 이씨. 하지만 이렇게 조언한다. “배우자와 ‘진짜’ 궁합을 알고 싶다면 함께 여행을 떠나라. 가능하면 오랫동안….”

〈나성엽기자〉news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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