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정폭력 추방하기

  • 입력 1998년 6월 30일 19시 32분


오늘부터 2개의 매우 생소한 법률이 시행된다. 가정폭력범죄처벌 특례법과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법이 그것이다. 남편이 아내를, 부모가 자녀를 때릴 경우 피해자는 물론 이웃사람 등 누구든지 경찰에 신고할 수 있다. 여기에서 폭력은 신체적 정신적 재산상 피해를 주는 행위를 망라한다. 학교나 상담소 병원 등이 폭력사실을 알게 된 경우에는 신고를 의무화했다. 가장이라도 폭력을 쓰면 접근금지명령 사회봉사명령 보호관찰처분 심지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얘기로만 듣던 미국 등의 사례가 우리의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2개의 법은 여성단체 등이 줄기차게 입법을 요구해 작년 12월 마침내 국회를 통과한 법이다. 가정폭력이 더이상 가정내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라는 인식에서 이들 법은 출발한다. 가정폭력을 각 가정에서 해결하도록 방치하기에는 그 병리적 현상이 너무 심각해 사회가 치유대책을 찾아 나서지 않을 수 없다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이 법 시행을 앞두고 전국 가정보호사건 재판장회의를 열어 신속한 재판방안을 논의하는 등 관련기관들의 준비가 부산하다.

문제는 우리나라 보통사람들의 의식이다. 남편이 부인보다, 부모가 자식보다 우위에 있다는 가부장적 의식구조의 문제다. 가령 자녀를 훈육하기 위한 매는 부모의 친권(親權) 또는 교육권에 당연히 포함돼 있는 것처럼 생각한다. 여기에 공권력이 개입하게 되면 상당한 저항감이 생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 정착될 때까지는 법 적용의 혼선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법제정 과정에서 많은 논란 끝에 입법으로 결론을 내린 만큼 시행도 해보지 않고 같은 논란을 되풀이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제는 법정신을 충분히 살려 가정폭력을 우리 사회에서 효과적으로 추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계기관은 어디까지나 더 큰 가정폭력을 예방하고 가정의 평화를 되찾아주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일반사건처럼 기계적으로 다뤄 형사처벌 등 강력한 처분에 치중할 경우 가정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긁어 부스럼 만드는 꼴이 돼서는 곤란하다.

결국 법시행 과정에서 법과 현실의 괴리를 어떻게 메우느냐가 큰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현실을 이유로 법집행을 기피할 경우 자칫하면 법이 사문화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렇다고 법적용이 지나쳐도 문제다. 무엇보다 법 이전에 가족구성원 모두가 상하관계가 아닌 평등한 인격체라는 기본인식을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법의 실효성을 뒷받침하는 전문인력 보완 등 적절한 시스템과 함께 사회단체 등의 활발한 상담 캠페인활동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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