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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6월 29일 19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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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인정하더라도 몇가지 문제점은 지적될 수 있다. 우선 국내 전체 금융규모로 볼 때 비중이 매우 작은 5개 은행의 퇴출에 정부가 17조원 이상을 쏟아붓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더 큰 금융계 구조조정을 앞에 두고 있고 지원자금이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대규모 재정지원은 걸맞지 않다는 느낌마저 준다. 또 정부의 부실은행 퇴출방식이 당초 검토되던 청산에서 자산부채인수(P&A)로 후퇴했다는 것도 문제다. 이 때문에 외국 투자가들은 벌써 금융기관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부인하긴 했지만 평가과정에서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불행한 일이다.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지배함으로써 환란이 촉발됐는데 그걸 고치는 과정에 또 정치권이 개입한 것이 사실이라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기업의 자금수요가 가장 많은 월말결산 시점에 이번 조치가 집행된 것도 문제다. 왜 불과 며칠을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렀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졸속은 감당치 못할 부작용을 가져올 위험이 있다.
어차피 빅뱅이 시작된 마당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인수합병에 따른 혼란을 얼마나 빨리 수습하느냐는 것이다. 피인수은행 임직원의 반발과 저항이 심각한 상태다. 혼란이 장기화해 자금경색이 심화되면 기업구조조정도 차질을 빚게 된다. 반발의 발단이 평가기준과 고용유지문제에 있는 만큼 근로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당국의 노력이 요청된다. 어려운 처지는 이해되지만 퇴출은행 종사자들도 이번 조치가 경제살리기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감안해 하루속히 은행업무 정상화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금융기관간의 인수합병은 구조조정의 한 과정일 뿐이지 그 자체가 궁극의 목표는 아니다. 금융기관을 견실하게 만들자는 것이 기본 취지라면 이번 조치는 구조조정의 첫 단계에 불과하다. 5개 은행의 인수작업이 하루 빨리 원만하게 매듭지어져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나머지 부실 대형은행들에 대한 정리작업도 차질없이 실천되어야 한다. 앞으로의 과정에서 많은 진통이 예상되지만 머뭇거림이 있어서는 안된다. 금융구조조정의 고통은 순간으로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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