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 어린 학생들이 담임교사의 수업방식과 자질문제를 내세워 교사 교체를 요구한 사건이 일어났다. 반 학생 대부분이 서명한 건의서가 교장에게 전달됐으며 학교측은 이를 받아들여 2학기부터 문제된 담임교사를 바꾸기로 했다는 것이다.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고는 하지만 철부지 어린 학생들이 스승에게 반기를 들고 나섰다는 점에서 매우 충격적이다.
▼교육현장의 불신풍조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참된 교육은 스승에 대한 신뢰나 존경심 없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어린 학생들만 탓할 수도 없다.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셈이 된 교단이나 교육당국이 먼저 반성의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아이들이 달라지는 속도 이상으로 교사가 빠르게 변신해야 하는데도 그런 교사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어린이는 어른의 선생이다. 어른이 차마 못하는 얘기를 어린이들은 보고 느낀 대로 정직하게 말한다. 물론 이번 사건에서 어린 학생들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교육적 차원의 부작용이나 교사들이 안게 될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체면보다는 교사들의 부단한 자기개혁 노력이 아닐까.
홍찬식<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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