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담임교체 학생요구

  • 입력 1998년 6월 28일 20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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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두가지 상반된 특징을 지닌다. 하나는 자기주장이나 표현이 분명한 점이다. 무슨 일이든 싫고 좋고가 뚜렷하며 본인 뜻대로 밀고 나가기를 좋아한다. 다른 하나는 매사에 마무리가 시원치 않은 점이다. 시작은 그럴듯하지만 마음대로 안되면 중도에 쉽게 포기하고 만다. 부모들은 웬만하면 자녀의 요구대로 해주고 좀처럼 싫은 소리를 하지 않으려 한다. 이런 교육방식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투영된 탓도 적지 않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 어린 학생들이 담임교사의 수업방식과 자질문제를 내세워 교사 교체를 요구한 사건이 일어났다. 반 학생 대부분이 서명한 건의서가 교장에게 전달됐으며 학교측은 이를 받아들여 2학기부터 문제된 담임교사를 바꾸기로 했다는 것이다.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고는 하지만 철부지 어린 학생들이 스승에게 반기를 들고 나섰다는 점에서 매우 충격적이다.

▼교육현장의 불신풍조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참된 교육은 스승에 대한 신뢰나 존경심 없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어린 학생들만 탓할 수도 없다.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셈이 된 교단이나 교육당국이 먼저 반성의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아이들이 달라지는 속도 이상으로 교사가 빠르게 변신해야 하는데도 그런 교사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어린이는 어른의 선생이다. 어른이 차마 못하는 얘기를 어린이들은 보고 느낀 대로 정직하게 말한다. 물론 이번 사건에서 어린 학생들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교육적 차원의 부작용이나 교사들이 안게 될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체면보다는 교사들의 부단한 자기개혁 노력이 아닐까.

홍찬식<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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