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횡단보도를 車道보다 높게 만들어야』

  • 입력 1998년 6월 28일 19시 31분


‘걷고 싶은 거리’로 단장된 서울 중구 덕수궁 길은 무엇보다 보행자를 위한 안전시설이 눈길을 끄는 곳이다. 뱀이 꿈틀거리듯 구불구불 진행하는 사행도로(蛇行道路)인데다 도로변에는 나무와 화단이 늘어서 있어 운전자가 일단 긴장을 할 수 밖에 없다.

과속방지턱도 흔히 볼 수 있는 ‘원형’이 아니라 ‘사다리꼴’. 차량이 속도를 낼 경우 운전자가 받는 충격이 대단하다. 이 사다리꼴 과속방지턱은 횡단보도의 역할도 한다.

이렇듯 보행자가 주인인 곳도 있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도로는 보행자를 위한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교통정책은 보행자의 안전보다는 차량소통 위주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주택가와 아파트 단지내 도로만이라도 소통을 위한 교통정책이 아니라 보행자의 안전을 위한 교통시설 정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자동차가 속도를 낮추지 않으면 안되도록 도로시설을 정비, 보행자가 안심하고 길을 걷도록 해야 한다는 것.

92년 발효된 ‘교통순화 조례(Traffic Calm

ing Act)’에 따라 교통안전시설을 대폭 정비한 영국과 ‘교통안전 지역’(Community Zone)’을 설정, 도로체계를 보행자 위주로 뜯어 고친 일본의 경우가 좋은 본보기라는 얘기다.

영국과 일본은 교차로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횡단보도를 차도보다 높게 설계하는 방법을 도입했다. 우리나라의 횡단보도는 차도에 의해 단절돼 있어 사람이 차도를 잠시 빌려 사용한다는 느낌을 같게 한다.

그러나 교통선진국의 경우는 대부분 인도와 횡단보도가 같은 높이로 이어져 있다. 차도가 보도를 넘어가는 형태인 셈이다.

사고가 많은 교차로라면 아예 교차로 전체를 높이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교차로가 거대한 과속방지턱의 역할을 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또 운전자에게 시각적인 자극을 주기 위해 교차로에 일반도로와는 다른 색깔을 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정석(鄭石·36)연구위원은 “보행자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먼저 차도 및 보도의 구조, 도로안전시설, 차량출입 시설 등에 대한 정밀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며 “그 이후 문제유형별로 개선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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