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가동 하루가 급하다

  • 입력 1998년 6월 25일 19시 47분


어렵게 열린 제194회 임시국회가 이틀째 공전했다. 어제 여야 원내총무회담도 구체적 쟁점에 대해서는 평행선을 달렸다. 국회가 언제부터 활동을 재개할지 여전히 불투명하다. 제193회 임시국회가 단 하루도 회의를 갖지 않고 30일간의 회기를 끝낸 직후에 또 이 모양이다. 많은 국민이 “국회만 무노동 유임금이냐”며 분개하는 것도 당연하다.

국회에는 외자유치와 민생보호 등에 관한 2백62개 법안이 계류된 채 몇달 동안 낮잠을 자고 있다. 이번에 정부는 금융 구조조정과 은행부실채권 인수 등에 필요한 법안 11건을 국회에 추가로 제출한다. 국회가 하루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외자유치도, 은행 구조조정도, 민생보호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경제개혁이 전반적으로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야는 당리당략에 매달려 국회를 한없이 표류시키고 있으니 참으로 개탄스럽다. 이러고서도 정치권이 경제개혁과 민생에 대해 왈가왈부한다면 삼척동자도 웃을 것이다. 게다가 7월21일에는 국회의원 재선거 보궐선거가 실시되기 때문에 내달 초순부터는 국회가 사실상 ‘개점 휴업’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 국회가동은 하루가 급하게 돼 있다.

국회가 이렇게 된 데는 연립여당의 책임이 크다. 여소야대를 깨뜨려 유리한 위치에서 원(院)구성을 하려는 여당의 집착 때문에 5월30일 이후 의장단도 상임위원장도 없는 ‘식물국회’가 돼버렸다. 국회법은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의 임기 만료 5일 전에 후임자를 선출하도록 규정했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국회법조차 지키지 않은 채 한달을 보낸 것이다. 이런 불법적이고 비정상적인 상태는 즉각 종식돼야 옳다. 야당이 과반수이면 국회를 팽개쳐도 좋다는 나라는 세상에 없다.

다행히 여야는 원구성과 국회법개정 협상을 병행하기로 합의했다. 국회법 개정방향에 대해서는 별로 이견이 없다. 그런데도 의장 배정과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 인준문제에 걸려 국회를 정상화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쟁점도 여야가 국회법 원칙을 존중하고 타협의 정신을 살린다면 풀릴 수 있다고 본다.

여야는 의장을 어느 쪽에서 차지하느냐를 놓고 끝없이 다툴 것이 아니라 국회법에 맞게 선출하면 된다. 여야가 각각 후보를 내정하고 의원들의 무기명투표로 뽑는 것이다. 의장의 당적이탈에 합의한 여야가 의장을 서로 갖겠다고 싸운다면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치겠는가. 김총리서리 문제도 여야가 ‘재투표’를 하자는 데까지 접근했으므로 타협하지 못할 것이 없다. 그런 문제로 세월을 보낼 때가 아니다. 빨리 타결하고 법안처리에 나서야 한다. 자리다툼보다 국가와 민생을 우선하는 것이 진정한 당리당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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