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트럼]『명예가 더 소중』광고판 없는 윔블던

  • 입력 1998년 6월 22일 19시 37분


스포츠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세계적인 스포츠용품업체인 아디다스사와 나이키사가 98프랑스월드컵축구대회에 천문학적인 액수의 후원금을 쏟아붓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세계인이 지켜보는 대회의 공식 스폰서로서 얻는 광고효과는 돈으로 따질 수 없다는 것.

이런 점에서 22일 개막한 윔블던테니스대회는 차라리 이색적이다. 4개 그랜드슬램대회중에서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윔블던의 코트 주변에서는 스폰서 광고판을 찾아볼 수 없다.

왜 그럴까. 윔블던의 잔디를 새로 까는데 40년이 걸렸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비해 센터코트에 지붕을 세우자는 제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바로 전통을 중요시하는 영국인들의 성격때문이다. 스폰서 문제도 이 관점에서 보면 이해가 간다. 윔블던 대회에 스폰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코카콜라 롤렉스 슐레진저 등 11개사가 윔블던테니스 공식공급업체의 자격을 따는 조건으로 거액을 낸다.

다만 다른 점은 이들 업체가 광고판을 세우는 등 대회기간중 눈에 두드러지게 광고를 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바로 ‘최고의 대회’라는 자존심 때문이다.

이와 관련한 대회관계자의 말은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황금알에 눈이 어두워 거위를 잡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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