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이헌진/생활정보지 「싹쓸이 수난」

  • 입력 1998년 6월 22일 19시 37분


K생활정보지의 서울 강남지역 배포담당인 정모씨(35)는 요즘 골목 배포함에 정보지를 꽂을 때마다 속이 상한다.

누구나 무료로 집어갈 수 있는 생활정보지이지만 최근 들어 생활정보지를 폐지로 팔아넘기려고 ‘싹쓸이’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기 때문.

정씨는 “배포함을 점검하다보면 정보지를 통째로 가져가는 사람을 하루에도 10여명이 넘게 목격한다”면서 “처음에는 보이는 대로 붙잡았지만 대부분 실직자와 노인 등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이어서 경고만 하고 곧 풀어줬다”고 밝혔다.

이처럼 생활정보지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고물상 등 폐지수거업체에 ㎏당 1백원 안팎으로 팔 수 있기 때문. 사설재활용센터 등에서 폐지 4∼5㎏당 재생휴지 1개를 주기도 해 알뜰 주부의 ‘관심’을 끌기도 한다.

72면으로 발행되는 생활정보지 1백부의 무게는 20㎏정도. 골목 한 곳에 놓인 7∼9개 생활정보지의 배포함을 모두 챙길 경우 1천원정도의 ‘벌이’가 된다는 얘기다. 그만큼 세상이 궁핍해졌다는 얘기 일까.

그는 “전에는 비오는 날 정보지에 비닐을 씌워놓으면 아예 가져가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비닐만 남겨놓고 다 가져가 버린다”면서 “우편함에 배달된 이집 저집치 신문을 쓸어가고 철제 배포함도 매달 20여개가량 없어져 울화통이 치밀 때가 많다”고 밝혔다.

그나마 강남지역은 조금 나은 편. 서울 강북지역 등 서민층이 많이 사는 동네에는 ‘싹쓸이율’이 더욱 심하다.

B정보지 강북지역 배포책임자인 최모과장(45)은 “지난해에는 매달 25%정도를 회수, 폐지로 팔아 직원 회식비 등으로 썼으나 올해에는 회수가 거의 안되고 있다”면서 “심야에 차를 이용해 전문적으로 터는 사람도 있으니…”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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