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한연희/『셋째손자 입양 허락해 주시겠죠』

  • 입력 1998년 6월 8일 07시 33분


90년 4월15일을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하나밖에 없는 손자의 병치레로 속상해 하시던 그때 느닷없이 작고 볼품없는 사내아이를 둘째 손자로 허락해 달라고 말씀드렸던 그날 말입니다.

예상했던 대로 아버님은 극구 반대하셨다가 3일만에 승낙하시고 아이를 족보에 올려 주셨습니다. 그때 저는 너무 가슴이 벅차 밥도 못먹고 엉엉 울었습니다. 그 둘째 손자가 벌써 의젓한 중학생이 되어 담임선생님께 입양사실을 자기 스스로 말씀드릴 만큼 구김살없이 잘 자라 주었습니다.

그런데 아버님 어머님. 얼마전 한 영아원에 들렀다가 IMF한파로 아이들이 갑자기 늘어나 쩔쩔매는 것을 보고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가정이 그다지 넉넉한 건 아니지만 한 아이에게라도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처주고 함께 부대끼며 살아야 하겠다는 의무감이 마음속 깊이 꿈틀거렸습니다.

아범과 저는 이미 마음의 준비도 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서류도 다 접수시켰고 입양가정으로 적합하다는 답신도 받았습니다. 큰아이와 둘째아이도 찬성했으며 빨리 보고 싶어합니다. 여러가지 현실적인 염려로 내키지 않으시더라도 셋째 손자의 입양을 허락해 주시고 축하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한연희(경기 과천시 중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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