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노총의 잘못된 선택

동아일보 입력 1998-06-03 19:34수정 2009-09-2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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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제2기 노사정(勞使政)위원회 참여를 유보한 것은 매우 유감이다. 그들의 불참 속에 제2기 노사정위 출범을 지켜보는 국민은 착잡하다. 지금의 경제난국을 생각한다면 민노총은 단기적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말고 노사정위에 자발적으로 참여했어야 옳았다. 근로자의 권익신장을 위해서도 그랬어야 했다.

그런데도 민노총은 정리해고제에 대한 제도적 보완, 고용안정협약 체결 등을 선결조건으로 내걸고 막판에 노사정위 참여를 거부했다. 심지어 민노총 산하 10개 사무전문직 노조연맹은 10일부터 예정된 제2차 총파업에 적극 동참한다는 결의까지 밝혔다. 노사안정을 바라는 국민적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노동계의 입장을 함께 대변하는 한국노총은 이미 노사정위에 참여했다. 제1기 노사정위 합의사항의 이행 여부를 따지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앞으로의 노사현안을 풀어가겠다는 자세다. 그렇다면 민노총도 유보적인 자세를 즉각 철회하고 국민 대타협과 협력의 장(場)인 노사정위로 복귀해야 마땅하다.

민노총이 노사정위로 돌아와야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제2기 노사정위는 제1기에서 합의한 총 90개 과제의 이행점검에 중점을 두고 대타협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무엇보다 노동계가 요구하는 부당노동행위 근절,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안정, 공공부문의 합리적인 구조조정문제 등을 다루게 된다. 실업대책기금 확충, 재벌개혁, 노동기본권 신장, 사회보장 확충같은 것도 노사정위에 참여함으로써 노동계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대외신인도를 회복하고 각종 구조조정 부담을 최소화하며 외자유치를 위한 기본여건을 마련해나가는 데 노사정이 뜻을 모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국민경제를 살려놓은 뒤라야 기업도 있고 근로자도 있다. 협상의 대상일 뿐인 몇몇 선결조건들을 내세우며 노사정위 참여를 거부할 때가 아니다.

제1기 노사정위는 대타협의 정신을 보여주었다. 그 과정에서 노동계는 초(超)기업단위의 실업자 노조가입 인정, 전교조 허용, 공무원 직장협의회 설치, 정치활동 허용 등의 성과를 얻어냈다. 이번 제2기에서는 노동계의 요구가 더 구체적으로, 더욱 심도있게 다뤄질 예정이다.

민노총의 잘못된 선택은 자칫 국민경제를 다시 위기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대통령의 방미외교에도 당장 큰 부담을 안겨줄 것이다. 이런 것들을 지렛대로 노사정위 참여문제를 흥정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국민여론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럴 경우 민노총의 존립기반 자체가 흔들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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