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임연철/남북한 공동사진전

  • 입력 1998년 5월 28일 19시 18분


북한의 명승지에는 어느 곳이나 ‘강사’로 호칭되는 공식 안내원이 있어 관광객들에게 기암괴석과 유적에 얽힌 이야기를 청산유수로 쏟아낸다. 90년10월 평양의 범민족통일음악회 참가차 방북한 남한 국악인과 취재진을 맞아서도 금강산 강사 정순녀양은 첫날은 구룡폭포, 둘째 날은 만물상을 안내하며 선녀 전설과 만물상 하나하나의 모습을 막힘없이 설명했다. 그녀의 수많은 안내 중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내외금강과 해금강까지 보려면 최소 3개월을 작정하고 다시 찾아오라는 당부였다.

▼국악인들은 통일이 돼야 그런 기회가 오지 않겠느냐며 금강산의 한자락을 본 것만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금강산만 탐승하기 위해서도 석달이 걸리는데 백두산 묘향산 칠보산 등 북한 지역 명승지를 두루 본다는 것은 웬만한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통일이 되거나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기 전에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29일부터 6월11일까지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남북한작가 공동사진전은 백두에서 한라까지 조국 산하를 한곳에서 살펴볼 수 있는 드문 기회로 주목된다. 비록 렌즈를 통해 볼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은 있지만 백두산 천지의 설경, 해금강의 일출, 묘향산 상원동의 용연폭포, 칠보산의 간선문 등 북한의 사진작가들이 찍은 절경은 삼천리가 금수강산임을 실감나게 전해준다.

▼한국사진학회 회원들이 촬영한 남한의 명승과 북한의 사진가동맹 회원들이 찍은 사진작품 1백20점은 양측이 중국에서 직접 만나 엄선한 것으로 예술적으로도 뛰어나 보인다. 이념의 갈등도 남북 이질화의 어떤 모습도 보이지 않는 명승의 모습을 특히 남북 청소년들이 많이 본다면 동질성 회복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임연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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