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사슴을 닮았다고 해서 소록도라 이름붙여진 이 섬은 우리나라 남쪽 끝자락 전남 고흥군 녹동항에서 보면 금방 잡힐 듯한 거리에 그림같이 떠있다.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그 섬에 발을 디디면서 그 섬이 그곳에 사는 나병 앓는 ‘그분들’만의 천국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천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앙공원에 심어져있는 갖가지 나무와 꽃들은 그분들의 마음을 나타내는 듯했다. 얼마나 사람과 뭍이 그리웠으면 그토록 깔끔하고 아름답게 섬 전체를 가꾸어 놓았을까. 그 고결함과 아름다움에서 나는 그분들의 간절한 그리움을 읽었다.
그곳의 커다란 바위에 한하운 시인의 ‘보리피리’가 새겨져 있었다.
한여름 황톳길을 걸어서 소록도를 찾아가 그곳에 뼈를 묻은 문둥이 시인 한하운. 그 돌에 새겨진 시를 외우고 있는데 뻐꾸기 한마리가 숲속에 몸을 숨겨놓고 구슬피 울고 있었다.
소록도에 다녀온 후 나는 참으로 오랫동안 몸과 마음을 많이 앓았다. 비록 마음과 몸은 성한 나였지만 진정 착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섬사람들을 보며 장애를 가르는 기준은 몸이 아니라 마음에 있음을 깨달았다.
오순택(시인·월간 치과임상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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