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홍은택/新藥은 과연 「복음」일까

  • 입력 1998년 5월 5일 21시 01분


미국 대륙은 최근 의약기술이 내놓은 눈부신 ‘성과’에 들떠있다. 인류의 최대 숙제인 암 정복에 한걸음 다가서게 한 엔터메드사의 암치료 시약품 앤지오스태틴과 엔도스태틴. 획기적인 남성용 발기불능치료제 비아그라. 미국인들은 이것들을 마치 7년째 계속되는 경제활황과 맞물려 인류역사의 무궁한 진보를 축하하는 ‘폭죽’으로 생각하는 듯한 분위기다. 그러나 인류가 과학적 성과에 대해 무작정 기뻐하기는 아직 이른 것 같다.

새 암치료 시약품을 개발할 수 있는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주다 포크만 하버드대교수는 원래 암정복을 위해 연구를 시작한 것이 아니다. 그는 30년전 ‘성인이 되면서 성장을 멈추는 혈관이 암에 걸리면 왜 암세포가 몸속에 퍼지도록 성장을 다시 시작하는가’ 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암종양이 인체에 교란된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포크만교수는 이론을 다듬어 지난해 11월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같은 내용을 발표했지만 의약계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러다 이번 실험 결과로 주목을 받게 됐으며 암정복을 위한 의약계의 경쟁이 새롭게 시작된 것이다.

최근 시판돼 열광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비아그라도 원래는 심장병의 원인이 되는 혈액순환의 문제점에 대한 연구의 부산물이다. 심장을 위해 약을 복용했더니 엉뚱한 곳에서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처럼 의약의 진보는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 새롭게 확인된 약효가 인류에 복음을 주기도 하지만 재앙을 초래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비아그라에 대해서도 애정이 없으면서 약물에 의존해서라도 성관계를 해야 하는 비정한 사회로 인류를 몰아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홍은택<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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