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속초명물 木船 사라진다…6월부터 FRP선 대체

  • 입력 1998년 4월 25일 08시 24분


40여년간 실향민들의 ‘삶과 애환’을 실어 나르던 강원 속초의 명물인 목선(木船)이 사라진다.

속초시는 24일 실향민 밀집지역인 청호동의 ‘함경도 아바이마을’에서 시내 중심가인 중앙동을 오가는 목선 ‘갯배’가 너무 낡아 6월부터 강화 플라스틱(FRP)선으로 대체키로 했다고 밝혔다.

1952년이후 청호동에 이북지역 피란민들이 몰려들면서 ‘탄생한’ 갯배는 그동안 수십차례 보수를 했으나 이젠 더 이상 운항하기 힘든 상태라는 것.

50년대 청호동은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해안사구(砂丘)였다. 또 청호동과 바로 눈 앞에 있는 중앙동 사이에는 바닷물이 흘러 3㎞이상의 길을 돌아가야 했다.

이같은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김씨로만 알려진 한 노인이 갯배를 만들어 청호동 주민을 중앙동까지 실어날랐다. 이 배는 92m의 수로에 쇠줄을 연결한 뒤 갈고리로 이 쇠줄을 당기면서 나아가는 무동력선.

비록 보잘 것 없는 배이지만 청호동 주민들이 잡은 물고기를 시내 시장에 내다팔 수 있도록 해주는 ‘생명의 배’였다.

그동안 갯배의 관리권은 재향군인회 등을 거쳐 현재 청호동개발위원회가 갖고 있다. 1인당 도선요금은 편도 1백원. 그러나 청호동 주민에게는 요금을 받지 않는 관례가 계속, 경영난이 가중돼 시 보조금 등에 의존하고 있다.

시민 이상국(李相國·시인·51)씨는 “그동안 뗏목선 갯배가 실향민의 삶을 상징해온 만큼 새 배도 플라스틱이 아닌 목재로 건조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속초〓경인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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