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정승호/「촌지교사」 없다더니…

  • 입력 1998년 4월 23일 19시 43분


“아이를 통해 학교에 한번 나와달라는 얘기를 듣고 ‘봉투’를 준비해 갔습니다. 한참 망설이다 담임선생에게 봉투를 내밀었더니 ‘이런 것 받으면 신문에 나는데요’라며 당연한 듯 받아넣더군요.”

“초등학교 1학년생을 둔 엄마입니다. 얼마 전 선생님이 직접 전화를 했습니다. 교실 환경정리를 마쳤으니 한번 구경오라고 말입니다. 이것이 혹시 촌지를 가져오라는 얘기는 아닌지…. 이럴 때는 어떡해야 좋습니까.”

“며칠 전 청소를 하러 학교에 갔는데 선생님이 저에게 ‘△△어머니는 70점밖에 안되대요’라고 말하더군요.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의 전화상담에서 나온 학부모들의 ‘촌지고민’은 끝이 없다. 올들어 교육청은 촌지를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 해당 교사는 물론 교장까지 징계하겠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일부 교사들의 ‘촌지압력’은 여전하다.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가 1일부터 15일까지 접수한 전화상담은 모두 30건. 이 중 촌지 압력을 받은 사례가 9건, 촌지를 건네준 경우는 6건이었다. 나머지는 교사가 임원선거에 개입했다는 등 학급운영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선생님을 탓하는 전화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에 다닌다는 한 학부모는 “선생님이 아이편에 편지와 함께 되돌려준 ‘봉투’를 받고 부끄러워 어쩔 줄 몰랐다”며 “선생님은 아이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는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부모회 광주지부 최은순(崔銀順·38·여)간사는 “교사들이 은밀하게 촌지를 요구하는 경우가 그전보다 오히려 늘어난 것 같다”며 “교육청에 상담사례를 전달하고 촌지근절대책을 거듭 요청하겠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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