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갈등탐구]양창순/도가 지나친 사랑은 식는다

  • 입력 1998년 4월 22일 19시 45분


“아내는 이 세상에서 저만 바라보고 산다고 합니다. 물론 시부모와 아이들 뒷바라지에 힘들다 보니 제가 유일하게 위안을 주는 사람이란 것은 압니다. 그렇긴 해도 숨이 막힐 정도입니다. 목소리를 듣고 싶다며 하루에도 몇번씩 사무실로 전화하고, 어쩌다 바빠서 조금 퉁명스럽게 받으면 당장 눈물바람입니다. 장보러도 같이 가자고 조르고. 아무튼 내 시간은 조금도 없습니다. 그런 아내가 안쓰럽다가도 내게 집착하는 것 같아 화가 날 때도 많습니다.”

이런 고민을 가진 남편들을 가끔 만난다. 부부상담을 하다 보면 부부관계나 부모 자녀간의 원칙이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많은 부모들은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를 자기의 감시 체계하에 두고 밀착되기를 원한다. 아이들이 이에 반항하면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어떤 인간관계든지 고무줄의 원리와 비슷하다. 너무 세게 잡아당기면 끊어지게 되어 있다. 사람이란 누구나 독립에 대한 욕구, 자유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녀를 키우는 데 필요한 네가지 요소가 있다. 이를 영어의 알파벳 약자를 따서 ‘4L’이라고 한다. 즉 사랑(Love), 한계설정(Limits), 정신적 이별과 독립(Let Them Go), 느슨한 간섭(Loose Integration)이다.

이것은 부부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상대가 너무 옥죄어 오면 달아나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 그런데도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그 보답이 겨우 이것밖에 안되느냐’하고 울고불고한다면 그것은 사람의 심리를 모르는 어리석음의 소치가 아닌가 한다.

양창순(서울백제병원 신경정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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