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칼럼]광고-장난편지로 인터넷 「몸살」

  • 입력 1998년 4월 18일 20시 23분


다른 사람의 시간을 허비하게 만드는 것은 지극히 무례한 일이다.

남을 골탕먹이는 대량 전자우편(스팸)과 장난편지는 인터넷을 잘못 사용함으로써 빚어진 결과다.

인터넷처럼 큰 위력을 발휘하는 ‘도구’는 역사상 많지 않았다. 아직 초창기이지만 인터넷은 의사소통과 출판을 저렴하고 손쉽게 해줌으로써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오용과 남용이다. 인터넷에서의 편지 전송 비용은 무료다. 불행하게도 이로 인해 수만명의 사람들이 스팸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보내는 사람은 거의 아무런 비용도 들지 않기 때문인지 쉬지 않고 스팸을 보낸다.

짐을 떠안게 된 쪽은 광고편지 더미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시간을 낭비해야 하는 수신인들과 스팸을 처리하는 인터넷 서비스 회사들이다.

전자우편함에 하루 수십통씩 스팸이 쇄도하는 것은 이제 인터넷 가상공간에서 일상적인 일이 됐다. 스팸을 인쇄물로 환산하면 줄잡아 하루 책 몇권의 분량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 편지들은 허황된 약속과 대문자 감탄부호가 대부분인 제목을 달고 있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보낸 사람의 이름은 보통 가명이거나 위조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보자.

“이것은 꼭 봐야 합니다!(You've GOT to see this!)”라는 제목의 메시지가 익명으로 날라든다. 이것은 십중팔구 포르노 사이트로 연결된 대량우편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주저하지 말고 삭제하라.

“손쉽게 일주일에 1천∼5천달러를 벌 수 있어요!(You Too Can Easily Earn $1,000∼$5,000/Wk!” 라는 제목이라면 뭔가 물건을 팔려는 사람으로부터 온 메일로 보면 된다.

메시지 한 개를 찾아 지우는 일은 순식간이지만 하루에도 수십통을 처리해야 한다면 엄청난 시간낭비다. 게다가 지워버리면 되는 보통 스팸과는 달리 어떤 것은 잘 지워지지도 않는다.

스팸 중에서 원하는 메시지만을 걸러주는 프로그램 역시 당신이 지불한 돈만큼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나도 스팸을 막기 위해 성능이 뛰어난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내가 읽고 싶은 메시지까지 일부 지워버린다.

스팸보다 더욱 괴로운 것은 장난편지다. 나도 최근 장난편지 사건에 휘말린 적이 있어 그 괴로움이 어느 정도인지 누구보다도 잘 안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편지가 옮아가는 동안 내용이 바뀌긴 했지만 처음 편지내용은 대충 이렇다.

“저는 빌 게이츠입니다. 저는 이 메시지를 받은 모든 사람들을 추적하는 프로그램을 막 개발했습니다.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모든 지인들에게 이 편지를 복사해 보내십시오. 만일 1천명 이상에게 편지를 보낸 분이 있다면 1천달러를 드리겠습니다. 당신의 친구 빌 게이츠로부터.”

악명높은 이 사기메일은 순식간에 널리 퍼졌고 1천달러를 기대했던 수많은 사람들을 실망시켰다.

어떤 사람들은 전자우편주소를 가진 친구들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더 엉뚱한 기대까지 부풀렸다.

“이게 꿈은 아니기를 바란다. 얼마나 멋진 일이야.” “허튼소리가 분명해. 하지만 만일 아니라면 어쩌지?”

분명 이것은 허튼 소리다. 인터넷에는 허튼소리가 만연한다. 그러나 대부분이 터무니없는 내용이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인터넷의 위력은 대단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발전할 것이 분명하다.

〈정리〓정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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