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수몰된 「반구대 암각화」 뭍에 재현

  • 입력 1998년 4월 15일 09시 07분


갈수기를 제외하고는 항상 물에 잠겨 있어 날로 원형을 잃어가고 있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가 동굴 암벽에 재현된다.

울산의 ㈜한국자수정관광산업 대표 고용균(高庸均·56)씨는 사재 3천여만원을 들여 향토조각가 이채국(李采國·43)씨와 함께 울주군 삼남면에 있는 자신소유의 폐광내 암벽에 반구대 암각화를 원형대로 새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1966년 하류지역에 사연댐이 건설되면서 수몰된 반구대 암각화를 언제든지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고씨가 반구대 암각화 재현에 몰두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6월부터. 고씨는 조각가 이씨와 함께 갈수기에 모습을 드러낸 암각화의 원형을 담기 위해 20여차례 현장을 방문, 사진을 찍고 탁본을 마쳤다.

이어 사진과 탁본을 근거로 6개월 동안 동굴 암벽 위에 반구대 암각화와 똑같은 크기로 그림을 그린 뒤 올 1월부터 조각을 하기 시작했다.

현재 50%의 공정을 보이고 있는 ‘제2의 반구대 암각화’는 6월말 완성될 예정.

반구대 암각화는 울주군 범서면 사연댐에서 4㎞ 상류인 언양읍 대곡리 산234의 1 바위절벽(너비 10m, 높이 3m)에 새겨져 있다. 어부와 사냥꾼 등 갖가지 인물상과 사슴 호랑이 등 동물상, 배와 그물 덫 등 2백여점의 문양이 역동적으로 암각돼 있으며 신석기 후기 또는 청동기시대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이 암각화는 95년 국보로 지정됐다.

고씨는 “4천년 전 선조들이 남긴 문화유산이 물에 잠겨 원형이 훼손돼 가는 것을 보고 재현을 결심했다”며 “후손들의 역사교육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울산〓정재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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