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이혜미/『병원에 엄마 모신걸 이해해줘』

  • 입력 1998년 4월 13일 09시 09분


우리 3남매는 요 몇년 사이 늙은 어머니 문제로 꽤나 어색한 사이가 되었지. 나는 차라리 어머니가 노인병원에서 편안히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하자고 했고 언니는 큰 딸이라는 이유로 동생은 외아들이라는 이유로 노인병원에 보내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고….

어머니는 중풍으로 고생하시던 아버지의 병간호를 하느라 또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엔 우리 3남매를 키우시느라 무진 고생을 하셨지. 그러나 이젠 대소변까지 남의 손을 빌려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어.

어머니는 한평생을 절약만 하시던 분이고 그래서인지 자식에게조차 신세지기 싫어하셨지. 나는 많은 고민끝에 시설이 좋은 노인병원에서 여생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식된 도리라는 결론을 내렸어.

IMF시대에 적지 않은 병원비 문제가 있지만 당신이 팔십 평생동안 모아둔 작은 재산을 이젠 자신을 위해 쓰고 돌아가시게 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어머니도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고 싶지는 않았을 거야. 하지만 병원시설도 좋고 다른 노인들과 지나온 삶을 얘기하며 생을 마칠 수 있다면 그곳에서 지내는 것이 오히려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거야.

알아. 왠지 모르게 죄의식이 든다는 언니와 남동생의 마음을. 하지만 나는 고집을 부려 어머니를 병원에 모신데 대해 결코 후회하지 않아. 부모님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노인성 치매나 노인성 질환으로 고생하신다면 집에 가두어 두고 자식들이 서로 괴로워 하거나 책임론을 따지는 것보다는 훌륭한 의료진과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게 옳다고 생각해.

그같은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던 나의 심정을 이해해 주면 정말 좋겠어.

이혜미(경기 부천시 오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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