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야기]IMF시대의 「미인株」

  • 입력 1998년 4월 7일 19시 20분


주식시장을 흔히 ‘실물경제의 거울’이라고 말한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 이후 주식시장을 보면 그 말이 실감난다.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이 주도하는 장세가 상당 기간 계속되고 경영권을 위협할 만큼 외국인 지분이 많은 종목도 꽤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주식시장에서 투자종목을 선정하는 기준이 예전과 달라지고 있다. 경제학자 케인스는 주가형성의 메커니즘을 미인(美人)투표에 비유했다. 투자자 자신만이 좋아하는 종목보다 대중이 선호하는 종목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환율이 높은 요즘 수출비중이 큰 기업의 주식이 미인주로 떠올랐다.

수출관련주가 부상하는 것은 고환율에 따라 수출기업이 돈을 잘 벌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내수가 침체돼 있어 상대적으로 수출기업이 부각되기도 한다.

수출관련 기업이라고 무조건 재미를 보는 것은 아니다. 국산 원자재를 사용한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과 수입 원자재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품을 수출하는 기업이 고환율 혜택을 누린다. 일부 화섬주 무역주 조선관련주는 올들어 주가가 2∼4배 급증했다.

반면 수출관련주 중에서 단순 무역중개업이나 운송업에 치우친 기업은 환율 상승 혜택이 크지 않고 외화부채가 많은 곳도 있다. 수입 원자재를 가공해 재수출하는 기업도 고환율 덕을 보기 어렵다. 일부 종합상사와 해운관련주 등이 이 부류에 속한다. 수출관련주라고 해도 모두 고환율의 혜택을 보는 게 아니므로 수출 비중이 어느 정도이고 원자재를 어디서 조달하며 외화부채 규모가 얼마인지를 따져 종목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계원(한남투자증권 투자분석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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