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즐거운 무민가족」,신나는 모험여행 그려

  • 입력 1998년 4월 7일 0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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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동네를 벗어나 이리저리 헤매다 만났던 낯선 사람들, 신비한 동굴의 기억…. 어린 시절 모험은 한층 넓어진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성장기의 통과의례다. 하지만 아이들을 문밖으로 내보내기도 두려운 세상. 자, 책을 통해서라도 신나는 모험을 떠나자.

“큼직한 배들이 주렁주렁 열리는 배나무들도 있고, 아침부터 밤까지 지저귀는 새들도 있어. 밤이 되면 달님이 강물 위에 아른아른 비쳐. 강물은 유리조각처럼 맑은 소리를 내면서 바위 위를 흘러가지.”

숲속의 요정이 밤마다 나타날 것만 같은 북유럽 깊은 산속의 골짜기. 이곳에 오순도순 사는 무민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핀란드 작가 토베 얀손여사의 장편 동화 시리즈 ‘즐거운 무민가족’(전 8권).

전세계에 널리 소개된 무민동화는 북유럽의 대표적인 동화.

동물도 아니고 식물도 아닌 ‘무민’은 하마처럼 두루뭉실하게 생긴 귀여운 짐승. 예술가 부모 밑에서 태어나 화가가 된 얀손이 남동생을 놀려주고자 못생긴 짐승을 하나 그려준 것이라 한다. 여기에 이야기가 붙어 동화가 됐다.

얀손은 핀란드 만에서 배로 한시간 이상 떨어진 외딴섬에 살면서 대부분의 작품을 썼다. 이 아름다운 섬이 동화속 무민골짜기의 배경. 괴팍한 면도 있지만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지닌 무민 가족의 이야기는 어른들에게도 잔잔한 감동을 준다.

손님 대접을 좋아하는 엄마 무민, ‘신비한 길, 비밀, 발견’이란 단어를 좋아하는 무민트롤, 기분에 따라 몸 색깔이 변하는 스노크아가씨, 하모니카를 불며 이곳저곳을 떠도는 스너프킨, 보물을 좋아하는 스니프, 우표 수집가 헤를렌, 철학가 사향뒤쥐….

기묘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무민 가족들. 하나같이 자유를 꿈꾸며 꾸밈없이 살아간다. 동화 전편에 방랑과 모험 이야기가 가득하다. 검은 마법 모자를 쓴 무민트롤이 괴상한 모습으로 변하거나(‘마법사의 모자와 무민’) 어릴적에 고아원을 탈출한 아빠 무민이 하늘을 날고 바닷속을 잠수하는 여행을 떠나거나(‘아빠 무민의 모험’)….

빙하와 활화산, 그리고 곳곳이 울창한 원시림으로 뒤덮여있는 핀란드의 거대한 자연. 그 자연의 심술은 때때로 무민 가족들을 뿔뿔이 흩어지게 한다.

혜성이 지구로 떨어진다는 소식을 들은 무민트롤은 혜성을 관측하고자 친구 스니프와 함께 ‘호젓한’ 산의 천문대를 찾아 나선다. 10월7일 8시42분 4초. 시시각각 다가오는 혜성때문에 하늘은 불그스름하게 타오르고 바다마저 바싹 말라 갈라진 틈새로 김이 부글거리며 올라오는데….

대자연의 고난과 역경을 거친 뒤에야 평화로운 세상은 오는 법. 헤어졌던 가족들과 다시 만나 정을 나누는 모습은 눈물겹다.

“혜성은 다행히 꼬리만 살짝 지구와 부딪친뒤 멀리 우주로 날아가버렸어요. 엄마 무민은 아이들을 꼭 껴안고 노래를 불렀지요. 모두 한데 누워 눈을 꼭 감고/밤새 아무 꿈도 꾸지 말고 푹 자거라/혜성은 가 버렸고, 엄마가 곁에 있으니/아침이 올때까지 너희들을 지켜줄게.” 한길사 펴냄, 각권 7,500원.

〈전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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