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열평 아이들」

  • 입력 1998년 4월 7일 08시 04분


“야, 너 저리 가서 밥 먹어!”

짝꿍인 승철이의 느닷없는 고함에 눈살을 찌푸리는 은혜.

“너만 보면 밥맛이 뚝 떨어진단 말이야. 얼굴은 찌그러진 냄비처럼 생겨가지고. 엄마가 열평짜리 임대아파트에 사는 애들하곤 놀지 말랬어.”

“야,너 내 얼굴에 뭐 보태 준 것 있어? 이 나쁜 자식.”

초등학교 교실 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그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당하는’ 아이들에겐 아픈 사연이 있다.

‘열평아이들.’ 인천 부평남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원유순씨가 힘들게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동화로 엮었다.

책 속의 임대아파트 아이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고 있지만 봄볕처럼 따스한 마음을 가진 친구들이다. 교통사고로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져 친구들에게 따돌림당하지만 언제나 활달한 은혜. 어린 동생 밥차려주러 점심시간마다 학교 담 넘어 집에 가는 서동이. 밤마다 연탄 갈 필요없는 집에서 사는 게 소원인 아름이와 다운이 남매….

그러나 가난은 외롭지 않다. 이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아름이네 반 담임선생님과 이들을 생일잔치에 초대하는 친구 다솜이의 따스한 시선이 곁에 있기에.

작가의 고백. “처음에는 나도 그런 아이들을 몹시 싫어했단다. 그런데 사정을 알고 난 이후에는 미워할 수가 없었지. 그 아이들에게는 사랑이 부족했던 거야. 부모님의 사랑, 선생님의 사랑, 친구들의 사랑말이야.” 창작과비평사. 6,000원.

〈이승헌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