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차웅/人災로 불타는 산림

  • 입력 1998년 3월 30일 19시 58분


▼3월의 마지막 휴일인 29일 전국에서 19건의 산불이 발생해 산림 3백2㏊가 소실되고 불을 끄던 산림감시원 등 2명이 숨졌다. 특히 강릉에서 난 산불로 가옥 20여채가 불타고 주민 1천여명이 대피하는 등 피해가 컸다. 가축이 타죽고 집이 불타는 것을 보며 울부짖는 피해주민들의 모습은 96년 4월에 발생한 강원도 고성 산불의 악몽을 되살렸다.

▼90년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평균 4백76건의 산불이 발생, 평균 2천2백49㏊의 산림이 소실되고 있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6,7배에 달하는 산림이 매년 산불로 없어지고 있는 셈이다. 산불 발생원인을 보면 입산자 실화(失火)가 47%로 가장 많고 논두렁 밭두렁태우기 19%, 성묘객 실화 7%, 어린이 불장난 4%, 기타 23%다. 산불의 77%가 사람의 부주의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산림청은 산불예방을 위해 각종 벌금과 과태료를 대폭 인상했다. 산에 라이터나 버너를 갖고 들어갔다가 적발될 때는 과태료 30만원을, 산림 1백m 이내 논두렁 등에서 불을 놓았을 때는 벌금 1백만원을 물리는 식이다. 그러나 인력 부족으로 이런 금지행위를 제대로 단속하지 못하고 있다. 벌금과 과태료인상은 ‘겁주기’에 불과한 셈이다.

▼지난 30년간 우리는 약 1백억그루의 나무를 심어 이른바 산림축적도는 선진국수준이다. 그러나 산림을 지키는 데는 여전히 후진국 수준에 머물고 있다. 산림청의 올해 예산은 국가예산의 0.4%에 불과한 4천9백26억원. 국토의 65%에 달하는 산림을 지키는 데는 턱없이 모자라는 예산이다. 오는 일요일은 식목일이다. 나무를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두 한번쯤 생각했으면 한다.

김차웅<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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