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681)

  • 입력 1998년 3월 30일 08시 06분


제11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6〉

금화 더미 앞에 앉아 하나 둘 돈을 세고 있는 아내를 보자 알리바바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대체 뭘 하려는 거요? 이 많은 돈을 모두 헤아려보기라도 할 작정이오? 그렇게 세다간 며칠을 두고 세어도 다 못 셀 거요. 공연한 짓은 그만두고 날 좀 거들어주기나 하시오. 부엌 바닥에 구덩이를 파고 이걸 모두 묻어야겠으니말이오. 우리 집에 이렇게 많은 돈이 있다는 걸 이웃 사람들이나 관가에서 알기라도 한다면 화를 불러들일까 두렵소.”

그러나 알리바바의 아내는 말했다.

“그렇지만 무게를 단다든가 말(斗)로 되어보지도 않고 그냥 묻어둘 수는 없어요. 당신이 구덩이를 파는 동안 제가 말을 빌려올 테니 한번 되어보기나 합시다.”

굳이 말을 빌려다가 되어 보자고 하는 아내의 말에 알리바바는 부질없는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날 그렇게 기뻐하는 아내의 감정을 굳이 억누르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는 말했다.

“정히 당신 생각이 그렇다면 빨리 다녀오구려. 그렇지만 함부로 입을 놀려 우리의 비밀을 입에 올리는 일은 없도록 해요.”

“염려하지 말아요.”

이렇게 말한 알리바바의 아내는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는 알리바바의 형 카심의 집으로 달려갔다. 카심의 아내는 돈이 많고 자부심이 많은 여자였다. 그녀는 돈 없고 연줄도 없는 알리바바 부부를 깔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지독하게 인색하여, 축제일이나 생일이 되어도 알리바바의 아이들에게는 과자 하나 사주는 법이 없었다. 그런데도 그 착하고 온순한 알리바바의 아내는 그런 그녀를 언제나 형님으로 깍듯이 섬겼다.

알리바바의 아내는 카심의 아내에게 말했다.

“형님, 말을 좀 빌려줄 수 없겠습니까?”

알리바바의 아내가 이렇게 말하자 카심의 아내는 내심으로 깜짝 놀랐다. 그도 그럴것이, 찢어지게 가난한 시동생네가 됫박도 아닌 말을 빌려달라고 하니 말이다. 말이라는 물건은 대량의 곡물을 저장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고는 흔히 쓰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말을 빌려달라고? 그렇게 하렴. 그럼 잠시만 기다리게. 내가 곧 갖다줄 테니.”

이렇게 말한 카심의 아내는 곧 광으로 들어갔다. 다른 때 같으면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거절했겠지만 이번만은 선선히 빌려주겠다고 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 가난뱅이 시동생네가 대체 뭘 될 것이 있다고 말을 빌리려 하는지 그녀로서는 궁금했던 것이다.

광으로 간 카심의 아내는 한가지 꾀를 내어 말 밑바닥에다 끈적끈적한 쇠기름을 발랐다. 그런 다음 그것을 알리바바의 아내에게 내어주었다. 알리바바의 아내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 황급히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알리바바의 아내는 그 말로 황금을 되기 시작했다. 한 말 두 말, 황금을 될 때마다 그녀는 벽 위에다 숯으로 선을 그어나갔다.

그 많은 황금을 모두 되어본 그녀는 다시 카심의 집으로 가 말을 돌려주었다. 그런데 말 밑바닥에는 끈적끈적한 쇠기름 때문에 디나르 금화 한 닢이 붙어 있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그것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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