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진/또 「낙하산 부대」

  • 입력 1998년 3월 24일 20시 08분


정부 각 부처의 인사가 대체로 마무리되면서 공기업과 정부산하단체의 장(長)자리를 얻어내려는 신여권 정치‘휴업자’들의 로비가 치열하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소속의 일부 전직의원들은 저마다 ‘내가 적임’이라며 기염을 토한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최근 이들을 포함한 기관장후보 명단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포항제철 최고경영진이 경영성적과 관계없이 박태준(朴泰俊)자민련총재측 사람들로 교체된 것과 비슷한 산하기관장 물갈이 인사가 예고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공기업과 산하단체장의 남은 임기는 보장하고 후임자는 내부 승진 또는 전문경영인 가운데서 영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같은 원칙은 꼬리를 감춘 것처럼 보인다. ‘집권당의 전리품 챙기기’관행이 재현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국민이 적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5백50여개 공기업과 산하단체의 현직 기관장들은 정상 업무에서 거의 손을 놓은 양상이다. 주택공사와 도로공사 사장 등은 이미 사표를 냈다. 공채 출신의 한 공기업 사장도 “사표를 내라면 내야지”라며 체념하는 표정이다. 일부 공기업과 산하단체 관계자들은 5공과 6공의 ‘낙하산부대’‘등산화부대’와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 ‘점령군’처럼 다가오는데 대해 심한 굴욕감을 느낀다고 토로한다.

“공기업과 산하단체장 자리를 나눠먹는 것은 정권이 자기 무덤을 파는 것과 같다” “정부의 정책 방침을 전문성을 바탕으로 구현할 수 있는 인물이 발탁돼야 한다”는 지적은 경청할 대목이다.

정치인이라도 능력이 있으면 정부 산하기관을 충분히 이끌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부 인사들의 경우 전문적 식견과 능력 없이 벌거벗은 욕망만을 드러내는 것 같아 안쓰럽기까지 하다.

이진<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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