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전승훈/미화원들의 이웃사랑

  • 입력 1998년 3월 16일 19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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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貧者)의 촛불이 부자의 등(燈)보다 더 소중하다.’

국제통화기금(IMF)시대에 남다른 생활고를 겪고 있는 환경미화원들이 자신에게 꼭 필요한 ‘주황색 청소복’ 지급비용을 자진반납, 불우이웃돕기에 나서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서울 성북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4백52명은 16일 “구청으로부터 여름에 두벌, 겨울에 한벌씩 받는 피복비 예산 총 7천2백만원을 올해엔 받지 않겠다”고 결의, 구청에 통보했다.

성북구청측은 “환경미화원들의 직업특성상 개개인이 작업복을 마련하기 힘들지 않겠느냐”며 여러차례 만류했으나 미화원들은 “우리 형편에 별도의 성금을 낼 순 없지만 작업복 한번 더 빨아입고 한번 더 기워입으면 되지 않겠느냐”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고지대가 많은 성북구는 50%이상이 청소차량도 못들어가는 좁은 주택가로 돼 있어 다른 어느 지역보다 작업조건이 열악하다. 이때문에 미화원들은 통을 멜빵으로 멘 채 쓰레기를 수거한다.

1주일 전부터 미화원들은 적게는 6,7명, 많게는 20명으로 구성된 동 청소반별로 경비절감 방안에 대해 토론을 해왔다. 피복비를 반납해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돕자는 취지에 90%이상은 선뜻 동의했지만 옷이 다 떨어져 입을 것이 없는 사람들은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5년이나 10년 이상 미화원 생활을 해 온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옷을 동료들과 나눠 입기로 해 결국 100% 찬성을 유도해 냈다.

이들의 피복비 반납금은 성북구내 결손 가정 및 영세민들을 위한 복지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성북1,2동 청소작업반장 차문용(車文容·52)씨는 “어려울 때일수록 작으나마 서로 돕고 사는 것이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서민들의 지혜”라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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